제대로된 기획을 보여주는 서점, 스틸북스

일본 다이칸야마에는 티사이트 츠타야가 있다.  난 다이칸야마 츠타야 사진을 보자마자 꽂혔고 작년 여름방학에 갔다왔다. 서점을 둘러보면서, 그리고 츠타야를 서술한 책 지적자론본을 읽으면서 ‘기획’이라는 서점의 새로운 방향성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제안’이라고 나온다) (참고: http://hyuni.me/2017/08/tsutaya).

츠타야가 성공을 거두자, 한국에서도 ‘기획’을 앞세우는 서점들이 등장했다.  매우 큰 크기로 개장한 교보문고 합정점은 책을 줄이고 책과 관련 된 상품들의 진열을 늘렸고, 최인아책방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같은 우리가 고민하는 주제에 대한 큐레이션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늘, 기획력을 앞세운 또 하나의 서점이 생겼다.  바로 사운즈한남에 생긴 ‘스틸북스’다.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스틸북스라는 서점이 금요일 가오픈을 하는데, 품절되어 구할 수 없었던 매거진B츠타야편을 판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금 더 알아보니 평상시 궁금했던 JOH의 복합공간 사운즈한남에 생기는 서점이길래, 시험기간이지만 이건 가봐야한다고 생각이들어 스틸북스를 방문했다.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보다 더 만족스러워서 시험공부를 제쳐두고 이렇게 올려본다.

 

무엇이 내 눈에 들어왔나?

– 주제와 정말 어울리는 큐레이션

우선 주제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요새 ‘블로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서체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스틸북스 ‘당신이 찾는 서체가 있습니다’라는 주제를 접했다. 앞에 놓여진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라는 책을 훑어보니 지금 딱 나에게 필요하던 책!

이외에도 ‘그리고 음악은 문학이 되었다’  ‘위험한 독서의 해: 내 인생을 구한 고전 10권’ ‘도시 여행자의 필수품’ ‘주제의식이 뚜렷한 로컬 잡지들’ 같은 주제들이 굉장한 호기심을 끌었다.

중요한 것은, 그냥 주제만 번지르르 하고 놓여있는 책이나 물건이 어울리지 않았다면 별로였을텐데, 스틸북스의 큐레이션은 정말 제대로된 큐레이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설명을 달지 않겠다. 이미지를 보며 느껴보시라!

 

 

 

 

 

 

-처음보는 책들을 발견하는 즐거움

나는 매주 한 번은 교보문고에 들리는데, 나름 서점에 많이 방문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틸북스에서 접한 책은 처음보는 책이 많았다.  이는 기존의 서점과 기획하는 서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서점은 ‘생명과학’  ‘경제학’같은 공급자 중심 카테고리로 책이 분류되지만, 기획하는 서점에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주제에 알맞게 책이 분류된다. 그런 차이에서 새로운 책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

(젠트리피케이션도 요새 관심이 많은데, 이 책 처음 접했다)

 

– 흥미를 끄는 사물들

기획하는 서점답게 많은 사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하나하나 구매를 자극하는 사물들이었다.

벽면에 걸려있는 프라이탁 가방.

MoMA 리스트에 올라간 투명 케이스.

가장 구매 욕구를 부른 것은 디터람스 책 옆에 놓여있는 브라운 계산기.  디터람스라는 디자이너를 최근에 알았는데, 애플의 많은 디자인이 디터람스의 브라운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더라.  그래서 둘러보다가 그의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옆에 그가 디자인한 고운자태의 브라운 계산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뭐 필요가 없어서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이 서점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을 깨우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기획력 쩌는 서점을 만든거지?

이 서점은 많은 책을 다루는 서점이 아니다.  2)생활, 일 3)예술, 디자인 4)사유, 사람 카테고리가 전부이다.

 

하지만 이 주제들 만큼은 JOH가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된다. JOH는 매거진B라는 브랜드 전문 잡지를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JOH 기준에 맞는 브랜드를 선정하고, 조사해오면서 해당 카테고리의 JOH만의 노하우가 쌓인 것 같다.

그리고 JOH의 대표는 네이버의 초록 검색창을 만들어낸, 현 카카오 대표이사 조수용이다. 기획에 있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의 역량이 이 서점에 담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틸북스를 나서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일본어로 되어있다보니 기획력을 100% 느끼기는 부족했던 것 같다.  스틸북스에서 매거진B를 사고 나오면서 ‘만약에 내가 일본어를 읽을 줄 알았다면 츠타야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싶었다.  기획하는 서점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 스틸북스.  모든 이에게 추천해본다.

 

*Still.books, 스틸북스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이 서점의 이름은 스틸북스다. 그냥 지나쳤는데, 생각해보니 의미가 담긴 이름인 것 같다.

사람들이 서점에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것과 새로운 책을 발견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  전자는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후자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책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정보의 깊이 면에서 인터넷 정보보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여전히, 책읽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즉, 스틸북스가 큐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깊이 있는 책을 접하게 만들어줄테니 ‘여전히, 계속해서’책을 읽자 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