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유명한 서점이 있다. 바로 츠타야(TSUTAYA)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도쿄에 들리면 다이칸야마 츠타야를 한번 쯤 들리곤 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나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사진을 보고 일본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결국 여름방학을 기회로 갔다왔다.  가기전에 츠타야서점에 대한 글을 몇 편 읽고 갔지만, 가장 중요한 글인 ‘지적자본론‘은 읽고 가지 않았다.  사실 가기전에 읽으려고 책을 샀는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가기 전날까지 읽는데 실패. 그래서 급 계획을 변경하여  일단은 츠타야의 모습을내 눈으로 관찰해보고, 만든 사람의 생각은 무엇이었는지 비교해보기로 결정.

그렇게 나는 다이칸야마 츠타야로 떠났다.

 

1.  내가 느낀 츠타야

나는 책을 보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자주 놀러가지만 오래있지 못한다. 오래있어봤자 한 시간이 최대였다. 책을 고르는 데도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고, 책을 읽어볼 자리가 별로 없을 뿐더러, 겨우 자리를 잡아도 냄세 같은 요소때문에 집중이 잘 안됬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거주하는 곳에선 멀어도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여의도 영풍문고를 가곤 한다.  그런데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향과(스타벅스 커피향), 불빛과(은은한 주황 불빛), 책의 배열(책상위의 책과 그걸 둘러싸는 책꽂이의 책) 그 모든것이 마음에 들었다.  두시간 정도 있었는데, 나가기가 너무 아쉬울 정도로 아늑하고 편안해서 계속 있고 싶은 장소였다.

이 분위기 정말 마음에 들었다.

츠타야는 책을 배열하는 구성이 남달랐다. 서점이다 보니 광화문 교보문고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모든 책이 다있다는 느낌이라면, 츠타야는 모든 책이 다있기 보단 특정한 분야 몇몇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모든 카테고리의 책이 다 있긴 한데, 건물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서 그런지 책이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각 분야의 깊이가 깊다. 내가 놀란 분야는 자동차 코너였다. 한때 자동차 매니아였던 나는 CARS코너가 있길래 가봤더니 와우! 자동차 브랜드를 나라별로 나누어 책을 전시해놓고 그 옆에는 자동차 모형이 놓여져 있었다. 심지어 자동차 용품까지 전시해놓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에 진짜 너무 놀랐다. (한국에 자동차 코너는 책꽂이 하나가 전부인데 여기는 공간 하나를 차지해 버리니).  이렇게 특정한 분야가 몇개 있었는데 (요리, 여행,디자인, 건축 등), 각 분야의 매니아라면 매주 올 수 밖에 없는 장소를 츠타야가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특정 분야가 나뉘어져 있다
이게 전부 자동차 코너다
서점에서 파는 자동차 용품
오른쪽이 전부 독일 자동차 브랜드로 채워져있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올라가봤더니 DVD와 음반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 음반을 그냥 꺼내 들을 수 있었다.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지’ 당황해하며 클래식 몇 개를 골라서 들어보았다. 그러다 끝내주는 아티스트 Nobuyuki Tsujii를 발견하였다. 츠타야가 나에게 음악가를 소개해 준 것이였다. 그 음반을 구매하기 위해 카운터에 갔더니 Only렌탈이라고… 그렇다. 츠타야는 DVD와 CD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렌탈을 해주더라. 그래서 마음껏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렇지만 CD를 마음껏 들어볼 수 있는 경험은 나에게는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츠타야는 원래 음반,영상 렌탈샵이더군요. 이런 츠타야 매장은 새로운 시도들 입니다)

원하는 음악음 마음껏 들을 수 있다

 

2.  츠타야가 만들고자 했던 츠타야

한국에 돌아와서 츠타야를 창업한 마스다무네아키의 저작, 지적자본론을 읽었다. 이 책은 츠타야의 철학에 대해 소개하는, 인사이트가 빛나는 정말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왜 츠타야가 유명해질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되었다. 우선 인상 깊은 내용은 유통업계의 변화를 세 단계로 표현했는데, 첫째 단계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여서 공급 자체가 중요하던 시절이고/ 둘째 단계는  물건을 선택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한 시대였다면 (플랫폼 비즈니스)/ 지금 시대인 셋째 단계는 수 많은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제안’능력이 핵심인 시대라고 정의내렸고, 이 ‘제안’을 하기 위해 우리들은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디자인이란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라고 무네아키는 말한다.

이 제안능력을 보여주는 회사가 츠타야이고, 그 정점을 다이칸야마에서 보여줬다고 한다.  어떤 제안을 했냐고? 지금까지 서점은 유통업자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 이것을 고객 중심으로 바꾸어 버렸다! 지금까지의 책은 서점이 관리하기 쉽게 분류를 해서 정리를 해놓았었다. 소설끼리, 만화끼리, 역사끼리, 컴퓨터끼리. 이렇게 분류하면 서점은 운영하기가 쉽다. 하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요리의 역사가 알고싶으면 역사코너로 가야하고 요리만화가 보고싶으면 만화코너로 가야만 한다. 츠타야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의 관점으로 접근해서 책 속에 들어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는 새로운 제안을 선보인 것이다. 이 전략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켰고 츠타야는 일본의 최고 서점으로 발돋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람’.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할 뛰어난 사람들이 필요했고 사람 한명한명의 능력을 발현시켜야 했다.  기존의 수직형 조직에서는 이런 일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렬형 조직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한다.  무네아키는 말한다. 회사를 하나의 클라우드화 시켜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었다고.

그리고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무네아키는 인터넷 시대에서 실물 매장이 가지는 의미를 언급한다. 인터넷이 초기에 나올때 사람들은 인터넷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라 했지만, 오프라인은 아직까지 우리 옆에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무네아키는 실물 매장은 고객의 표정을 읽는 장소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물 매장이 인터넷보다 우위를 지니는 점은 즉시성, 직접성 그리고 ‘편안함‘ 이라고 무네아키는 언급한다.  내가 느낀 편안함은 우연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3. 나의 생각

내가 츠타야에서 느낀 것들이 지적자본론 책 속에 츠타야의 철학이라고 소개되고 있어서 놀라웠다. 무네아키는 회사를 다니다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를 실제로 구현해낸 것이다.  이노베이션(혁신)이란 누군가가 꿈꾸었던 것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느낀 바로는 츠탸야는 이노베이션에 성공하였다.

인생에 정답은 없듯이, 사업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당장에 다가온 위협을 이겨내다보면 성장한다고 하고, 누구는 지금의 성과는 3년전에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네아키는 철학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걷는것이 사업이라고 한다.  모두가 가치있는 것들이지만, 특히 마지막 것은 나의 마음속 깊이 섀겨볼 만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훌륭한 기업을 운영하고 싶은 나의 입장에서, 츠타야의 모습은 정말 최고의 모범사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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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표지출처 : https://brunch.co.kr/@allstay/51#comments/ 표지 이외는 개인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