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해서 군인 신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2019. 많은 것을 내려두어야 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들을 가져갈 수 있었던 해였다. (이제 내년만 full로 채우면 2021년 1월부터 민간인!)
연말을 맞이해 올해 나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 일은 무엇이 있었는지 정리해보았다.
# 입대
군대와 관련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은게 한둘이 아닌데, 아직은 때가 아니다 ㅋㅋ. 하나 풀자면, 사람마다 사람과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배웠다. 내가 비교적 큰 그림을 중요시한다는걸 깨달았고, 또한 많은 사람이 큰 그림보다 디테일을 우선시한다는걸 깨달았다. 결론은 이 둘의 벨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 관심사 추가
관심사가 자주 (바뀐다긴 보단)추가되는 편인데, 그중에 극히 일부가 ‘장기적’인 관심사가 된다. 올해 추가된 장기적 관심사는 ‘공간(Space)’.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간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18년도에 만난 한 친구덕분에 공간(건축)에 관심이 생겼고, 원래 관심사였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가 맞물리면서 최고 우선순위가 되어버렸다. 1월에 혼자 일본 여행하면서 방문한 여러곳의 츠타야&모리타워 영향도 큰 것 같고. 내 인스타그램을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휴가나갈때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니는 중이다 (심지어 맛집탐방도 공간 보려고 가는 이유가 크다). 진지하게 커리어를 이 길을 가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다. (참고로 18년도 관심사는 중국IT&스타트업, 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 이었다.)
# 혼자 여행
입대 시기가 거의 결정되고 ‘마지막이다’심정으로 처음으로 혼자서 일본으로 11박 12일 여행을 갔다왔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갔고, 그만큼 배워온게 많았던 여행이다. 혼자 있으니 생각도 많아져서 나를 알게되는 시간이기도 했고. 아직도 그때를 회상하면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그래서 이번에 연말정산도 혼자 부산가서 하고왔다. 앞으로도 일년에 한번쯤은 혼자 어디론가 떠나는 think week를 가져야지 싶다.
# 투자
군대에 와서 (강제적으로 장기투자를 하게되다보니) 주식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꽤나 많이 접했다. 그래서 훈련소 들어가기전에 몇몇 종목을 매수해놓았는데, 훈련소 수료하고 확인해보니 ‘어? 꽤나 많이 올랐네?’. 한동안 꺼져있던 투자에 대한 열망이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추가로 자대에 와서 여의도를 경험해본 형을 만나면서 더더욱 열망이 불타올랐고.
참고로 블로그에 종목추천같은거 안적지만 딱 하나 대놓고 언급한게 있었는데, ‘같은 곳을 또다시 여행한다는 의미’ 글에서 언급한 쉑쉑이었다. 다행이도 많이 올라줬다. 정말 다행이야…
# 블로그
작년에 비해 글의 빈도는 줄었지만 계속해서 뭐라도 쓰려고 노력했다. 사실 글 빈도가 줄어든 이유가 블로그 방문자수를 좀더 높여보겠다고 중간에 딴짓들을 좀 했었다 ㅋㅋ. 트위터 계정을 파서 운영해보고, 페북 페이지도 운영하고, 인스타와 브런치도 고민하고 등등. 그렇게 뉴스레터의 시도까지 이어졌고, 뉴스레터(HWBI)의 성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아서 내년에는 여기에 많은 비중을 둘 생각이다. (그러니 HWBI 많이 구독해주세요 ㅎㅎ).
이런 과정을 거치며 느낀건데 나에게 조회수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듯. 내가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방법이 ‘글써서 공유하기’라서가 아닐까 생각이든다. 이제는 조회수에 집착하기보단 나의 배움의 정도를 성과로 측정할 것이다.
다음은 올해 인상깊었던 것들을 골라본 리스트
공간: 아카데미힐즈, 하코다테 츠타야, 성수연방, 종묘, 커먼타운 트리하우스, 광교 엘리웨이, F1963 등. 베스트는 광교 엘리웨이.
- 정말 많은 공간들을 경험했고,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을 추렸는데 이만큼이나 된다. 베스트로 광교 엘리웨이를 선택한건 일본갔을때 배워온 츠타야와 모리의 전략을 엘리웨이에서 느낄 수 있어서. 시행사 네오벨류 정말 대단해요.
나머지도 각기 장소마다 다른 영감을 줬기 때문에, 마음속으론 전부 다 베스트다.
전시: 문명전, 올해의 작가상 2018+2019, 마르셀 뒤샹, 퍼블리셔스 테이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RE: ECM, 매그넘인파리, 4560디자인하우스 등. 베스트는 4560디자인하우스.
-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4560디자인하우스는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 컬렉터이신 도슨트님의 설명을 듣다보면 두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 도슨트 해설을 매그넘인파리에서 처음 들어봤는데 이제부터 웬만하면 해설을 들어야겠구나 싶었다. 이날 도슨트는 김찬용님이었는데 자신의 경험을 작품과 연계하는게 흥미로웠다.
-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 건축 그 자체가 좋기도하고, 전시도 언제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DDP 전시는 건물&상권도 겸해서 보는 것 같고. 현대카드스토리지는 LP청음할 수 있어서 한남동오면 언제나 들리는듯.
공연: 지킬앤하이드(조승우), 서울시향,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브람스-김선욱&정명훈 조합) 등. 베스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 아 정명훈과 김선욱이 들려주는 브람스는 가을 그 자체였다.
- 지킬앤하이드는 조승우가 연기를 끝내주게 잘한다는걸 다시한 번 느끼게해준 작품.
음식: 빠넬로, 스시소라, 오스테리아문, 오프레, 멘야타마시. 베스트는 오프레.
- 앞에서 말했지만 나에게 음식이란 공간을 다채롭게 해주는 하나의 컨텐츠이고, 이 관점에서 오프레가 가장 인상깊었다. 어쩌다보니 처음으로 가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되기도했고 ㅎㅎ.
- 빠넬로와 오스테리아문은 완성된 맛을 보여줬고, 스시소라는 내 첫 오마카세라는점에서 기억에 남고, 멘야타마시는 집 주위에서 가장 맛있는 곳이라 리스트에 넣었다.
여행: 일본(혼자), 홍콩(셋이), 부산(혼자)
- 부산 여행기록은 곧 업로드 할 것이고, 벌써 1년이 다 되가지만 일본과 홍콩도 기회가 된다면 정리좀 해봐야겠다. 내년에는 국내를 돌아다녀볼 생각이다.
영상: 기생충, 조커, 블랙스완, 체르노빌(HBO), 하코다테. 베스트는 기생충.
- 다시 보고 싶은데 다시 볼 염두가 안나는 영화, 기생충.
- 드라마 체르노빌은 모두에게 추천해주고싶은 작품이다. HBO답게 퀄리티가 압도적이고, 생각할거리도 많아서.
- 하코다테는 일본 여행 중 가장 평화로웠던 장소여서 종종 영상 보면서 추억에 잠기곤 한다.
책: 제로투원, 바이오그래피 김범수,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위기를 쏘다,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베스트는 위기를 쏘다&일의 기쁨과 슬픔(비문학/문학).
- 올해는 태어나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해다. 세어보니 책을 무려 40권 가까이 읽었더라 ㄷㄷ. 이헌재 전 장관의 위기를 쏘다는 정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간접체험 시켜주었고, 위기상황과 위기대처, 그리고 사소한 깨달음들을 남겨주었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우리의 일상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있다는걸 일깨워주었다.
- 제로투원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와닿는 책. 바이오그라피 김범수는 브라이언 의장님의 사고법이 담겨있다. 손정의 회장님이야 뭐 엄청난 인물이고. 써놓고 보니 셋 다 기업가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네. 내가 이런 류의 컨텐츠에서 영감을 받음을 또 한번 느낀다.
-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는 내가 읽어본 책들 중 가장 두꺼운 책이었는데(1000페이지 ㄷㄷ), 우리가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것들(전기&내연기관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전자레인지, 콘프레이크 등등) 이 언제 발명되어 확산되었는지 방대하게 적혀있다. GDP대신 TFP(총요소생산성)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아티클: 우물안코끼리 블로그, Fuck you startup, 이해진 의장 대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 중 베스트는 이해진 의장 대담.
- ‘비전을 세우고 실행을 한다’의 기존 생각 앞에 ‘상황에 대응하며’를 추가시켜준 이해진 의장의 대담.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업로드되면 언제나 챙겨보는 최고의 아티클이고, 우물안코끼리님 블로그는 숲을 보는 것이란 이런 것이구나 알려준 블로그다. Fuck you startup은 설명하기가 어렵네.
마지막으로 내 글 베스트: 모리 부동산이 만들어나가는 도쿄의 모습
- 일본어로된 기사 번역기 돌려가며 완성시킨 글이라 애착이 간다. 이 글 준비하면서 분양 중심 건설에서 운영 중심 건설로 산업이 전환되고 있다는것을 캐치하면서 앞서 말한 관심사 추가에 정점을 찍기도 했다.
올 한해도 감사했습니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