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들어서 세 도시를 방문했다. 홍콩, 도쿄 그리고 상하이. 나름 각각의 이유들이 있어 방문했지만 (홍콩은 친구 군대가기 전 마지막 여행, 도쿄는 막내 동생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상하이는 중국의 혁신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크게 바라보면 나의 미래를 위해 사전답사를 한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턴가 ‘한국에서 머물러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특히 서울은 객관적으로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한곳이다. 인재들이 즐비해있으며 라이프스타일도 뛰어나고 새로운 기업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지금 당장만 보더라도,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인구 구조가 바뀌고 있다. 핵심 수출 품목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외국에서 살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의 비전이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고,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방법으로는 우선 교환학생으로 나가보려 한다. (그 다음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홍콩, 도쿄, 상하이를 갔다왔다. 세계의 수 많은 도시들 중에서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도시들이다.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도 가보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금전적인 부담으로 가보지 못했다. (미국은 운이 좋으면 이번 겨울, 아니면 전역한 직후에 갔다올 것 같다). 이 글에서 짧게 세 도시 방문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이 글에서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긴 시간 고민해서 교환학생을 통해 살아볼 도시를 결정하고자 한다.
홍콩
홍콩은 한마디로 ‘다양성의 도시’였다. 어디든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보였다.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역사와, 국제금융도시라는 현재의 역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건축양식을 가진 건물들이 눈에 띄었고,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다 모여 있었고, 다양한 언어들이 들렸다 (실제로 홍콩은 공용어가 영어 광동어 두개이기도 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가게안에 들어있던 상품들이었는데, 작은 편의점에서 노브랜드(!)의 물건이 보이기도 했다. 정말 어딜가나 세계 각지의 물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홍콩은 ‘다양성’이란 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다양성이란 개념이 자연스럽게 박혀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레이달리오의 원칙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더 깊이 와닿는다. 영어와 광동어라는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
다만 몇가지 걸리는 부분은, 거주비용이 상당하며(물론 기숙사에서 살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여름에 엄청나게 덥고, 무엇보다도 스타트업이 실생활을 바꾸는 것을 끊임없이 보고 경험해야하는데 홍콩은 이를 느끼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걸린다. 대신 금융쪽이 많이 발전해있는데, 나는 금융보단 스타트업쪽 인재들을 더 접하고 싶다.
도쿄
도쿄는 ‘최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도시였다. (도쿄 방문기 클릭클릭) 츠타야, 무인양품 등 브랜딩 끝판왕 회사들의 나라답게, 오모테나시의 나라답게, 어딜가나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도쿄의 상점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가게들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시민 의식도 가장 좋았다. 길거리가 깨끗하고, 신호를 정말 잘 지킨다. 매년 도쿄에 방문하자고 마음먹었을 정도다.
도쿄는 ‘기업이 오래갈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력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특히 도쿄는 이를 배울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도쿄는 작은 상점들도 조급함 대신 꾸준함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큰 기업들도 상당 수 마찬가지인 것 같고.
또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다가오는 도쿄올림픽의 준비가 한창이라는 것이 도시 곳곳에서 보인다. 기업들 광고 끝에 올림픽로고가 나오고, 도로 곳곳에서 올림픽 광고가 눈에 보인다. 심지어 올림픽 상품을 팔고 있는 곳도 있다. 이를 보면 도시가 파릇파릇(?)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도쿄도 몇가지 부분이 걸리는데, 팩트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언급되는 방사능문제와, 홍콩에 비해선 아니지만 스타트업의 영향력이 적다는 것이 걸린다. 일본의 스타트업 하면 떠오르는게 한두개 빼곤 없다. 그리고 도쿄는 굳이 장기간 살지 않아도, 단기간으로 거주하거나(1달) 꾸준한 방문을 통해서도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상하이
상하는 ‘발전이 눈에 보이는 도시’였다. 빨간불인데 여유롭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차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한데 어우러져 지나다니는 참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시인데,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쓰고, 자전거를 빌리는데 10초밖에 안걸리는 첨단 도시이기도 했다. 상하이에는 세 번째 와보는데, 올때마다 큰 건물이 하나씩 생겨있다. 이번에는 상하이 타워가 생겨있더라. 상하이는 정말이지 ‘발전’이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도시인 것 같다.
중국의 혁신적인 모습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조사를 하고 있는데, 매번 중국의 발전에 놀라곤한다.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벨리에 맞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트댄스가 시장가치에서 우버를 넘은 것 같이. 멀리 미국에 가지 않고도 ‘발전’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상하이의 엄청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선전이나 베이징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도 걸리는 점이 있는데 지하철 탈때마다 짐 검사하는게 귀찮고, 길거리가 정돈되어있지 않은 느낌이고, 병원가는게 무섭고, 나중에 여기서 사업하게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큰 것같고 (최근 정부가 텐센트 건드는 것 봐라), 다양한 점들이 걱정된다. 그만큼 매력적이지만.
마무리. 간략하게 세 나라의 도시를 리뷰해보았다. 세 도시 모두 엄청나게 매력적이라서 한 곳을 정하기가 어렵다. 다행인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는 점.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