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다시 투자에 흥미가 붙을 때쯤 SMIC(서울대 투자동아리) 리포트를 찾아보다가 에코마케팅이란 회사를 발견했다. 원래는 광고대행사였지만 17년도부터 매출의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오는(CPS계약)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마사지기 클럭이 대박을 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회사였다(정확하겐 클럭을 만든 데일리앤코를 인수함). 영업이익률도 30프로가 넘었고, 클럭을 이을 아이템도 분명했으며(글루가의 오호라), 무엇보다도 김철웅 대표의 마인드가 남달랐다. 찾아보면서 한국에도 이런 멋진 회사가 있었네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어 주식을 가지고 있진 않았는데, 우선 클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걸렸다. 클럭의 경우엔 재구매가 어려운 품목이라 지속적인 성장은 어려운 상품이라고 생각했고, 당시에 이미 많이 팔렸기 때문에 이전보다 빠른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오호라가 있긴 했지만 클럭만큼의 성과를 내줄지는 미지수였다. 이에 비해 주식의 가격은 비교적 높아 보여서 매수하질 못했다.
또 하나는 사람 문제가 있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역량을 가진 사람이 중요한데 ‘능력을 가진 이들이 과연 회사에 길게 남아있을까?’라는 부분이 계속 마음속에 걸렸고, 링크드인을 찾아보니 실제로 에코마케팅을 다니다 다른 곳으로 이직한 사람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가 너무 좋아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켜보았는데, 오호라도 엄청난 결과를 보여줬고, 최근엔 안다르와의 계약을 보고 다시 한번 공부하려고 하는 찰나에, 내가 즐겨 찾는 우물안코끼리님이 내 우려를 벗어버리는 결정적인 글을 올려주셨다.
글을 읽고 에코마케팅은 단순히 클럭과 오호라를 성공시킨 회사를 넘어, 이러한 케이스를 무수히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내재화한 회사라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성공 케이스가 다수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장시킬 회사를 고를 수 있는 교섭력까지 커졌다. 따라서 이전에 우려하던 클럭의 높은 비중과 인력 이탈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단순히 광고와 커머스를 하는 회사로 밸류를 받기에는 잠재력이 너무 커다란 회사라는 확신이 든다. 에코마케팅의 역량은 무형자산이라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고, 무형자산이 실적으로 이어지는 순간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김철웅 대표는 에코마케팅의 BM을 광고대행사가 아닌 비즈니스 부스팅 모델이라고 표현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케팅을 내재화하려고 하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어렵고, 에너지의 분산이다. 그래서 기업이 개발만 하면, 나머지는 자신들이 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마케팅을 넘어 배송, CS 등등까지도 대신해주겠다고 말한다. 데일리앤코는 이를 연습하기 위한 R&D였다는 점도 언급하고.
그리고 자신들은 커머스에 강한 회사가 아니라, 커머스에도 강한 회사라고 말한다. 사실 에코마케팅에게 가장 어울리는 파트너는 물류가 없는 회사라면서. 그러면서 향후 에코마케팅은 클럭, 오호라 같은 넥스트 유니콘을 계속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작년 에코마케팅은 50명이 넘는 직원(대략 전체 직원의 20%)을 해외 사업부로 꾸리는 등 해외 사업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집중해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작년에도 성과가 있던 것이, 오호라가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을 했고(라쿠텐 판매 1위), 네이버 웹툰 미국 마케팅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본격적으로 오호라가 해외 판매를 늘리고, 안다르의 해외 판매까지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에코마케팅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통하는 비즈니스 부스팅 모델의 밸류를 인정받게 될 것이고, 이것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참고로 아마존에서 휴대폰 케이스 1등 한 슈피겐코리아가 비슷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인데, 슈피겐은 아마존에 특화되어있다면 에코마케팅은 아마존 같은 유통사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타게팅 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에서도 니치마켓을 발굴하고, 그 지역에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에코마케팅은 단순히 광고대행사, 커머스 회사를 넘어 비즈니스 부스팅 모델을 도입한 회사이고, 이를 위한 시스템이 내재화가 완료된 회사다. 지속적으로 좋은 회사와 함께할 수 있는 교섭력을 확보했으며, 해외에서도 이 모델을 적용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쳤고, 이젠 보여줄 차례만 남은 회사다. 로켓이 날아가기 일보 직전이다.
에코마케팅 이모저모
- 에코마케팅은 19년에 오호라를 개발한 글루가의 지분 20%를 40억에 인수했는데, 단 1년만에 지분 6%를 120억에 팔았다. 200억짜리 회사를 1년만에 2000억짜리 회사로 10배나 성장시킨 것이다. 에코마케팅에 투자하는건 이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다. 참고로 일부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시장 가격을 어느정도 확정짔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글루가는 현재 상장을 준비중이다.
- CPS계약으로 인해 광고주와 계약을 맺으면 에코마케팅이 선불로 광고비를 낸다. 리스크를 대신 떠앉는 것인데, 대신 목표에 도달하면 그만큼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져가게된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단 한차례도 돈을 받지 못한 케이스는 발생한적은 없었다고 한다.
- 클럭이나 오호라는 앞서 말했듯이 단순히 마케팅을 대행한 것을 넘어, 에코마케팅 직원을 파견시켜 제품 기획까지도 참여했다고 한다.
- 마치 쓰라시오가 생각나는 회사다 (참고: 아마존 기반으로 브랜드/제조사의 제품 판매를 도와 주는, 혹은 직접 사입, 유통하는 브랜드 & 플랫폼)
- 이번에 이뤄진 안다르 딜은 김철웅 대표가 소유한 에코마케팅 지분 1%(약 40억, 200억 벨류)를 신애련 대표의 안다르 지분과 교환(22.09%) 하는 형식이었다. 아직 CPS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마 높은 확률로 CPS계약을 맺었을 것이고, 에코마케팅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은 없고, 성공한다면 업사이드는 큰 딜이라고 생각된다. 해외 진출에 아주 적절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참고로 호전실업이 최근에 안다르 지분을 인수했는데(7.5%), 이때 호전실업이 평가한 안다르의 밸류는 1000억이었다. 에코마케팅의 교섭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 분기배당을 해준다. 주주친화적인 경영진을 보유하는건 행운이다.
- 상장한 이유가 인상깊었는데, CPS를 통한 세일즈 부스팅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인재를 끌어와야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상장을 했다고 한다.
- 회사에서 길러낸 인재를 계속해서 락인시키기 위해 김철웅 대표의 지분을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나눠주고 있다.
- 진급하는 방식이 독특한데, 진급을 자진하면 전 직원 앞에서 ‘진급을 해야 하는 이유, 진급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발표한 다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한다. 실력을 지향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 에코마케팅을 보며 차석용 부회장의 LG생활건강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LG생건같은 주식 몇 개만 발굴하면 투자는 끝났다고 봐도 된다.
투자는 스스로 책임지셔야 합니다. 저는 절대로 책임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