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게임스탑 주가가 폭등하는 걸 보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고 웃어넘겼다 (이때만 해도 게임스탑 주가는 $60 이었다). 그런데 내 주위에서 하나둘씩 게임스탑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메이저 언론에서도 게임스탑을 주요 토픽으로 다루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하나의 사회적 신드롬으로 자리 잡아버렸다.

나는 오늘 이 영상을 보면서 게임스탑 사건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난 큰 변화도 처음에는 소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개인은 접근하기 어려운)공매도를 통해 돈을 버는 기관, 그리고 이런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소수로부터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https://www.reddit.com/r/wallstreetbets/comments/l7wulr/this_is_for_you_dad/

위 링크는 한 레딧 유저가 올린 글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가정이 박살 났다는 이 유저의 글 마지막은 I’ll burn it all down just to spite them(그들을 괴롭히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울 거야)로 마무리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도박처럼 게임스탑을 매매하는 사람들 말고 이 소수에 주목해야 한다.

200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며 많은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 와중에, 월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내러티브 말이다. 이때의 내러티브가 코로나 시기가 다시 한 번 반복되고 있다.

 

불만을 품은 소수

코인베이스의 CTO였던 Balajis는 1800년대에는 농업, 1900년대에는 제조업, 그리고 2000년대에는 투자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Chamath는 투자의 역할은 re-allocate money라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지금의 금융 시스템은 실력과는 관계없이 돈을 가진 자들만이 re-allocate의 역할을 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고, 어쩌면 지금의 게임스탑 사건은 돈 있는 자들로부터 개인들에게 re-allocate의 역할을 가져오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비슷한 시도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있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우리 모두가 아는 비트코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금융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내놨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건 이번 사건을 통해 1) 비트코인의 본연의 역할인 ‘탈중앙화’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까 싶고, 2) 혹은 비트코인 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오는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비트코인의 진짜 역할

비트코인을 설명하는 내러티브는 다양하다. 새로운 프로토콜, 새로운 화폐, 디지털 골드 등등. 하지만 진짜 역할은 블록체인을 통한 탈중앙화, 즉 중앙의 누군가로부터 개인에게 파워를 이동시키는데 있다. 물론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중앙은행의 힘을 뺏어오려고 시도했지만, 이 실험은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 같지만.

하지만 이 철학에 동의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발전시켜나갔고, 결국 비탈릭이 이더리움을 탄생시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더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Synthetic token, NFT 같은 것들이 탄생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게임스탑 사건은 비트코인의 탄생만큼이나 이 흐름을 가속시킬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레딧에서는 디파이를 이용하자는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고, 관련 암호화폐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Uniswap, Compound, Mirror 등등). 크립토를 이용한다면 로빈후드처럼 매도 버튼이 없어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 서비스

코로나로 인한 주식시장의 활황은 사람들에게 자본소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게임스탑 사건은 개인들도 모이면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이를 통해 나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개인들을 위한 새로운 투자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들을 위한 ‘쉬운’ 투자 서비스가 각광을 받았고 로빈후드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면, 이제는 개인들을 서로 ‘이어주는’ 투자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게임스탑 사건에서 투자 커뮤니티로서의 레딧이 비슷한 것 같고, 여기서 더 나아가 개인들을 이어주는 소셜 기능을 결합한 투자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소셜 기능을 결합한 서비스가 어느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주는지는 중국의 Pinduoduo(핀둬둬)가 증명하였고(JD를 넘어 알리바바에 근접한 유저 수를 자랑한다), 투자 섹터에서도 이 모델이 먹힐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이번 게임스탑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Public 같은 소셜 기능을 결합한 투자 서비스들이 이미 등장했으며, 마침 a16z에서도 소셜에 관한 시리즈를 공개했고, Lightspeed Ventures 에서도 투자와 소셜의 결합에 관련한 아티클을 공개했다.

어쩌면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투자 서비스가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크립토가 탄생한 것 처럼. 아니면 크립토가 새로운 투자 서비스의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다음 세대의 페이스북은 여기서 탄생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이외에도

소수로부터 출발한 게임스탑 사건이 어떻게 이 정도로 커졌는지 고민해봤는데, SNS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전달 속도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게 새로운 투자의 트렌드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투자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데, 예전에는 무언가를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요즘은 분석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주가가 빠르게 올라버린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참여하고, 유튜브&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개인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코로나가 끝나거나 주식시장이 떨어지기 시작함에도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면 New Normal로써 이런 현상이 계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의 투자는 분석만큼이나 실행력이 중요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나의 투자 스타일을 고수해왔는데,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의 진리가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내가 게임스탑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3월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머스트자산운용이 5% 공시를 띄우면서 ‘뭐하는 회사지?’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보니 그때가 기회였다. 꾸준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다 보면 기회는 여러 번 오는데, 그걸 잡는게 실력이더라.

아무튼, 이번 게임스탑 사건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주목해보자. 

 

아 그리고, 새로운 투자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나눌 분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jonghyunchun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