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웠던 2020 이었다. 그래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코로나

2020=코로나일 텐데, 사실 난 2020년을 98% 군대에서 보냈기 때문에 코로나가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훈련 같은 게 적어져서 코로나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한 단어로 ‘개꿀’이었다). 얼마 전 전역하고 집에 있으면서 돌아다니질 못하니 그제야 코로나가 와닿기 시작했다. 사실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게 3월에 언급했다시피 난 코로나가 ‘패러다임 시프트’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고, 변화하는 세상을 직접 느꼈으면 훨씬 많은 기회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는 못했다는 게 아쉽다 (줌도 몇 번 사용 안 해봤다, 오히려 작년에 줌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이 사용해봄). 어쨌든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자

역대급이었다. 위기이자 기회 그 자체. 내 인생에 있어 이런 시기가 몇 번이나 더 올려나 모르겠다.

3월 폭락장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처음에 떨어질 때는 ‘아 이러다 다시 회복하겠지’ ‘싸지만 더 담아야겠다’ 싶었는데 계좌가 마이너스로 바뀌더니 끝없이 추락하더라.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팔기 시작했고, 어느새 현금 보유량이 절반 가까이 되었다. 신과 함께 방송에 나온 대가들의 인터뷰(강방천, 최준철 등) 들으며 달리기를 뛰면서 가까스로 멘탈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 가니까 지수 하락을 보아도 무감각해져서 멍하니 바라만 보는 순간이 왔는데, 그때가 정확히 최저점이었다.

시장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바라만 보다가, 단기적으로 V자를 그렸을 때부터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때 패러다임 시프트 글을 작성했고, 이 변화에 올라탔다고 생각하는 주식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네이버, 핀둬둬, 클라우드플레어, 컬리(비상장) 같은 종목들을 매수했고, 대부분 1루타를 달성했다. 지금 보니 메가 트렌드에 올라탄 기가 막힌 종목 선정이었던 것 같다.

이후 페이스북, 테슬라, 슬랙 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았고 이들 또한 1루타까지는 아니지만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슬랙 투자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나름 남들이 줌에 주목할 때 다른 걸 바라보는 Contrarian 관점의 투자라고 생각했고 강한 확신이 들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해왔는데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였던 M&A를 통해 주가가 오르며 투자에 성공했다. 돈도 돈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전략을 취했고 이게 맞았다는 쾌감이 다른 투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결론적으로 올해는 메가 트렌드에 올라타기와 역발상 투자 모두를 확실하게 경험한 해였고, 앞으로의 투자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연도의 경험은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도 많이 벌었다. 작년만 해도 군적 금보다 많은 돈을 투자로 벌어들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시드가 크지 않았던 게 너무 아쉽다.

또 하나 언급할 자산은 다름 아닌 암호화폐(비트코인). 남들이 나에게 무슨 주식 사야 하냐고 물어보면 다른 건 몰라도 비트코인 하나는 추천해 줄 수 있었다. 모든 뉴스들이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고, 떨어질 이유를 찾아내는 게 힘들었다. 디파이 붐을 보면서 이더리움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사놓고서 기다린 암호화폐는 현재 80%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간에 사고판 것까지 고려하면 1루타 넘게 달성했다). 얼마 전 피터 린치의 책을 읽다가 떨어진 걸 버티는 것보다 오른 것을 팔지 않고 기다리는 게 더 힘들다는 내용을 접했는데, 암호화폐에 투자하면서 이를 한두 번 느낀 게 아니다. 역시 가격보단 가치를 믿고 기다리면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뉴스레터

솔직히 뉴스레터는 ‘가볍게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인데, 안 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는 창구가 되어주었는데, 뉴스레터를 통해 1200명의 구독자를 만들었고, 이중 일부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동기가 되었다. 뉴스와 아티클을 단지 읽기만 하는 거랑, 저장해두고 생각을 정리하는 건 많이 다르더라. 또한 저장해놓은 자료들이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하는 순간들도 많았고. 뉴스레터 작성이 생각보다 시간은 많이 들지만 이젠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많은 것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꾸준하게 이어나갈 생각이다.

뉴스레터에 집중하느라 사실상 블로그는 하나도 신경 쓰지 못했는데 (군대 사지방 컴퓨터로 워드프레스가 잘 안 열려서 올리지 못한 것도 있다), 이젠 다시 블로그에도 글 업로드해야지. 확실히 뉴스레터로 짤막한 글을 쓰는 거랑 블로그에 긴 글을 올리는 것은 다른데, 블로그는 많은 자료수집과 생각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한 번 쓰면 그 주제는 완전히 나의 것이 된다. 이제 뉴스레터를 통한 소재 발굴 – 블로그를 통한 자세한 리서치로 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관심사

작년 연말 결산을 보니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던데, 올해는 공간의 비중은 줄었다(코로나 때문에 돌아다니질 못하니까). 대신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고, 뉴스레터를 정리하면서 보니 커머스, 핀테크, 크립토, 모빌리티, 반도체 등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졌었다. 근래에는 투자와 핀테크를 결합한 투자 ‘서비스’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어디까지 발전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글로 그칠 수도 있고, 비슷한 걸 하는 어딘가에 합류할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직접 할 수도 있고…? 내년의 내가 궁금해진다.

 

#책

올해는 총 50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에서 추천하고싶은 책은 다음과 같다.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일하는 마음, 초격차,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 불평등의 세대, 돈의 속성, 하드씽, 제로투원, 공부란 무엇인가,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 바이오그래피-김범수, 주식하는 마음, 셰일혁명 미국없는 세계, 슈퍼펌프드, 디즈니만이 하는 것, 내러티브 앤 넘버스. 이중에서도 딱 다섯 권만 골라보자면

  •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손정목): 5권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지만 재밌어서 읽다 보면 금방이다. 이거 읽고 해당 장소에 가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역사가 그려진달까?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부동산 고르는 관점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김동조): 3만 원이나 되길래 끝까지 고민하다가 샀는데, 첫 페이지를 열어보니 응? 글은 몇 줄이 전부고 대부분 여백이네? 그래도 일단 샀으니… 그래서 읽어나갔는데, 와 이 책 진짜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확확 와닿고, 어떤 문장은 평생 기억하고 싶고, 그냥 최고의 책이었다. 원칙에 의거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올해에만 두 번 읽은 책. 언젠가 김동조 님 블로그 유료 구독해 보고 싶다(월 10만 원이라 지금은 못함).
  •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 도서관에서 발굴한 보물 같은 책. 원래 인터뷰에서 많은 영감을 받곤 하는데, 이 책엔 내가 좋아하는 창업가들 인터뷰가 가득 실려있다. 김범수, 장병규, 이택경, 손주은, 권도균, 송재경, 김동녕, 김화수, 총 8명. 특히 이 책은 대학생의 시선으로 질문했기 때문에 꿈과 커리어에 고민이 많은 내 또래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 디즈니만이 하는 것(밥 아이거): 밥 아이거가 디즈니를 이끄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가 담겨있다. 특히 사람을 관찰하며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모든 사람과 상황에서 배움을 얻는 태도 하나만 얻어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하리라 생각한다.
  • 주식하는 마음(홍진채): 세상에 투자 관련 책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 중요한 책들만 모아 엑기스를 발취해놓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렇다고 단순 나열한 게 아닌, 일관된 흐름을 따라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홍진채 저자님이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진채님의 문체 덕분에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장점. 투자를 하다 보면 고민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책을 통해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를 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

참고로 올해 읽은 아티클 중에선 Tribe가 작성한 카르타 아티클이 제로투원을 보여준 점에서 인상 깊었고, 영상은 Chamath Palihapitiya의 강연이 영감을 줬다. 투자의 의미를 알려준 강연이었음. 내가 작성한 글 중에선 삼성전자, 사활을 걸다가 맘에 드는데, 많이 공부하기도 했고, 칭찬도 많이 받았고, 공유도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생활

여행은 막내동생과 동인천 갔다온게 유일. 그런데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소비는 아이폰 12 화이트와 아이패드 4세대를 구입했다. 확실히 전자기기엔 투자할 가치가 있다. 생산성이 훨씬 좋아짐.

공연은 조성진 대전 콘서트. 앵콜로 쇼팽곡을 연달아 연주해줬는데, 특히 영웅 폴로네이즈 크으…!

영화는 용산 아이맥스에서 봤던 테넷이 기억이 남는데, 개인적으로 인셉션보다 재밌게 봤다. 영화관 덕분인가…? 그 외에는 1917도 좋았고, 포드v페라리, 공동경비구역 JSA가 기억에 남는다.

공간은 천안 독립기념관, 인천의 코스모40, WKND, 시시호시 인천 롯데백화점, 광교의 갤러리아, 서울의 문래동, 아크로 갤러리, 나인원 한남, 라꾸쁘, 리움, 성수 에피소드101, 콘란샵, 그리고 청주의 에클로그가 좋았다.

음식은 천안의 충남집 순대, 인천의 밴댕이 회무침, 서울의 은화계 닭갈비, 카츠바이콘반 돈카츠, 청주의 청심재 삼겹살, 갈골집 늑간살, 시골집 쌈밥이 맛있었다.

 

#앞으로의 계획

일단 복학은 하지 않을 생각이고, 대신 일할 곳을 찾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아는 것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VC 인턴을 생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성장할 사람과 나와 같이 갈 수 있는 팀원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2020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1년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