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업을 시작할 때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하느냐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처음의 생각이 의사결정의 최우선 원칙일 것이고,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어려움을 맞닥드릴텐데 처음의 생각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약할 수 있는 힘을 불어주기 때문이겠다.

이런 관점에서 어쩌면 컬리의 성공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게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김슬아 대표 본인의 ‘좋은 먹거리를 사고 싶은데, 나를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없네’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사업. 그렇게 좋은 먹거리를 찾아 나섰고, 상품위원회를 만들어 좋은 먹거리의 기준을 만들어나가며 꼼꼼하게 검증했고, 먹거리의 신선함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자 새벽 배송을 시도했고, 좋은 먹거리를 알리기 위해 콘텐츠에 신경 쓰고… 컬리가 걸어온 모든 여정은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생각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를 실현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2. 컬리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컬리는 원천적으로 대기업과는 다른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적당한 상품을 좋은 가격으로 유통하는 모델이라면, 컬리는 좋은 상품을 적당한 가격으로 유통하는 모델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먹거리’에 대한 의식 점차 높아질수록, 이마트의 고객은 컬리의 고객이 되어간다.

결국 사업이란 소수의 팬들을 다수로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컬리의 팬은 아직까진 소수다. 좋은 먹거리는 보통의 먹거리들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컬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먹거리’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늘려나가는 과정 중에 있고, 미션을 분명히 달성할 것이다. 나만 해도 굳이 똑같은 샐러드라도  ‘마켓컬리라면 믿을 수 있어’ 싶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컬리에서 구매한다.

3. 그런 점에서 컬리의 상품위원회는 핵심 중 핵심이다. 전에는 왜 김슬아 대표가 여기에 많은 에너지를 쓰는 거지?라는 물음이 있었다면, 이젠 ‘아 이게 컬리의 본질이자 핵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상품위원회를 하루 더 늘렸다는 컬리의 결정에 ‘맞는 결정이야’라고 응원해주게 되었다.

책에선 언급된 한 가지라도 기준에 맞지 않는 첨가물이 들어있다면 통과되지 않는다는 장면은 상품위원회가 그냥 말만 상품위원회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장면.

4.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기업은 세상에 널렸지만, 진짜로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김슬아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VOC(Voice of Customer)를 체크하는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책 안에도 고객에 어느 정도로 집착하는지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이런 마인드의 기업이 성공하지 않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마켓컬리는 대단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게 아니다. 고객을 향해 조금씩 개선하면서 성장해온 회사다”

5. 전국 확장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도권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한 부분, IPO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스템이 갖춰지면 하겠다고 말한 부분은 김슬아 대표가 금융&컨설팅 출신으로서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업을 풀어나가는가 또한 증명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대표가 이끄는 회사라면 믿고 동행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의 주주가 되었다니, 매우 자랑스럽군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처음’ 마켓컬리 처럼”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처음의 모습을 잃지 않는 컬리가 되길!

 

[책 속 문장들]

그전까지만 해도 ‘할 일 많은 대표가 매주 목금요일을 통째로 이 일에 쓰는게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을 잠시 품었는데 참관 이후 그 의문점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좋은 상품을 선별하는 일이 고객 지향성의 첫걸음이기에 그만한 시간 투자에 값했던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봤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사례가 가장 마켓컬리답고 오늘의 마켓컬리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판매를 완료한 젓갈이 시간이 지나면서 삭는 일은 유통사의 책임이 아니다. 더군다나 소포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어쩌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문제를 ‘고객 가치’ 하나를 위해 해결하고자 했던 진정성이 엿보이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김슬아 대표와의 대담에서 “본인이 마켓컬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김 대표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과 같은 답변을 기대했는데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VOC를 읽는 사람입니다.” 

“마켓컬리가 충족시킬 수 있는 고객의 니즈는 대기업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고객의 니즈와 원천적으로 다르다”라는 것입니다. 

“당신과 같은 소비자가 얼마나 될 것 같으냐?” 저는 크게 방향성을 봐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만족을 주는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고요. 

“한국의 창업가들은 주어진 숙제를 참 잘한다. 그런데 점점 더 큰일을 도모하면서 사고 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기업은 다 망한다. 꿈이 커도 망하고 작아도 망한다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망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 말).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적당한 품질의 상품을 싸게 유통하는 회사는 이미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런 모델을 좋아했다면 애초에 창업도 하지 않았을 테고요. 그냥 그런걸 잘하는 회사의 소비자로 만족했겠지요. 하고 싶은 게 처음부터 명확했기 때문에 이 길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연 100만 개의 상품을 보유해야만 좋은 유통사인가?’라고 묻는다면, ‘낭비’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한두 케이스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경험을 했던지라 앞으로는 상품을 더 줄여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럼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야 아침에 낳은 알을 저녁에 가져가는 게 제일 좋지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켓컬리에 상품을 납품하면 품질은 인정받은 것’ 

사실 초창기에 판매한 상품 대부분은 유통망이라는 걸 거치지 않았던 상품입니다. 그냥 조그맣게 동네에서 단골들에게만 파시던 상품이었어요. 

브랜드로 키우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유독 ‘빅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기준에 딱 맞는 상품을 찾을 수 없어서 PB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필자가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정했을 때 물류센터부터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마켓컬리 담당자는 “그보다는 상품위원회부터 참관하는 게 좋겠다”라고 의견을 줄 정도였다. 

‘장 보는 일’이라는 게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이지만 마켓컬리에서만큼은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들의 페르소나는 자신의 밭을 가꿀 정도로 먹는 것에 깐깐하고, 30~40대 일하는 여성으로 가족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어 하는 워킹맘이었다. 

마켓컬리는 스타트업이지만, 엄청나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회사를 세운 곳이 아니다. 또한 대단히 획기적인 기술로 하루아침에 성공한 회사도 아니다. 물론 마켓컬리에 혁신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개념이 달랐을 뿐이다. 마켓컬리의 혁신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고객 지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가는 것,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제보다 더 성장하는 것, 마켓컬리의 혁신은 그런 것이었다. 요컨대 마켓컬리를 설명하는 혁신은 ‘커다란 한 방’이 아니라 ‘작은 개선들의 집합’이다.

저희 시니어 리더들에게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도 ‘Connecting the Dots’입니다. 여러 개의 점을 보면서 어디에서 깊이 들어갈지를 판단하는 능력이지요. 요즘 ‘T자형 인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평소에는 넓고 많은 것을 보다가 ‘아, 여기를 파고 들어야겠다’ 혹은 ‘여기에 지금 문제가 있네’하고 직관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제의 최적화가 오늘의 비효율’이 되곤 하더라고요.

대신 첫 광고가 나간 시점보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아졌기에, 애초에 저희가 왜 특별했는지를 이해시켜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부터 저희를 알아주신 기존 고객들에게는 자부심으로, 앞으로의 신규 고객들에게는 마켓컬리만의 차별성으로 다가가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시간대이다 보니 배송의 효율성이 굉장히 높았고, 문 앞에 놓은 재료가 곧바로 아침 식탁에 올라간다는 점에서 매니저님들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셨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분명 자동화를 할 여지가 존재하는 만큼 2020년 하반기에 문을 열 김포 물류센터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자동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천재 개발자 한 명이 천만 명의 다운로드를 이끌어내는 업이 아닌 만큼, 모두의 최선이 가장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조직무화의 방향도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점점 강조하게 되는 게 “리더가 일을 많이 한다면 그 팀은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모시장에 나가는 시점은 회사가 더 이상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만으로도 돌아갈 때”라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배송 지역을 수도권 너머로 확장할 계획은 없습니다. 카테고리를 넓힌다거나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무엇이 쉬운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가에 집중했습니다”

“마켓컬리는 대단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게 아니다. 고객을 향해 조금씩 개선하면서 성장해온 회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처음’ 마켓컬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