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빠돌이다. 아마 고등학생 시절부터 엄청나게 좋아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내 고등학교 생기부를 보면 테슬라와 머스크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담겨있다. 오랫동안 큰 변화 없던 자동차 산업에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킨 게 너무나 신기했는데,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보여준다는 게 너무나 인상 깊었다. 스페이스 X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인상 깊었는데, 머스크가 ‘로켓이 왜 이렇게 비싸지?’ 싶어서 로켓 만드는 법을 알아보니 충분히 싸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로켓을 실제로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에 대한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테슬라 이야기를 할 때 정말 신나고 재미있고, 테슬라 기사만 나오면 무조건 읽고, 길을 걷다 테슬라를 보면 ‘와 테슬라다!’라고 입 밖으로 소리 내고,  차를 구매할 생각이 없지만 테슬라는 갖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나다.

나 자신이 정말 많은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읽어왔던 수많은 글 중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글을 고르라고 하면 1초의 고민도 없이 ‘엘런머스크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가’라는 글을 고른다. 이 글을 읽고 내 생각을 최대한 일론 머스크처럼 따라 해 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일론 머스크를 동경하고 테슬라를 좋아하는 내가, 정작 테슬라 주식은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방금 전 주식하는 친한 동생에게 이걸 알려줬다니 당연히 테슬라 보유하고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게, 나도 내가 테슬라를 가지고 있을 줄 알았어.

물론 내가 테슬라를 한 번도 보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 가치의 1/4 정도 되는 시점에서 보유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주식 공부를 하면 할수록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다르다’는 말을 계속 접했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부터 난 테슬라를 이렇게 생각했다.

“폭등하는 테슬라 주가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론 머스크의 팬이면서 테슬라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테슬라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과연 ‘좋은 주식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치투자의 세계에서는 좋은 회사가 좋은 주식을 뜻하진 않습니다. 좋은 회사를 좋은 가격에 샀을 때 좋은 주식이 되죠. 제 나름대로 계산해본 결과 테슬라의 주가는 고평가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이 되었고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를 단순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을 이끌어낸 기업’으로 생각하면 오버 벨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어마 무시한 혁신이라서 더 높게 쳐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테슬라는 이걸 뛰어넘는 경제적 해자가 있는 것 같다.

위에서 소개한 ‘엘런머스크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가’에 나와있는 것처럼, 테슬라는 자동차의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고, 그렇게 탄생한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내재화시키고 있다. 자동화를 추구하는 공장부터 자율주행의 가장 핵심이 되는 칩까지. 지금 당장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앞으로 성능적인 측면이나 코스트적인 측면 모두에서 테슬라를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테슬라는 ‘디지털화된 세상에 가장 최적화된 자동차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벤츠와 도요타 그리고 현대차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를 비교 대상에 올려놓고 고민할 수 있는 차이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테슬라는 비교가 통하지 않는 자동차 산업을 독점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고, 그렇게 되면 지금 가격이 충분히 납득이 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언더 벨류라는 결론까지 도달한다.

‘남들은 동의하지 못하지만 나는 강하게 확신하는 무언가’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들은 동의하지 못하지만 나는 알고 있는 테슬라의 경제적 해자를 ‘좋은 가격’이란 말에 흔들려 강하게 확신하지 못했고, 그래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기회를 한 번 놓쳐버린 것 같다.

다행히도 나는 이제야 23살이고, 그렇기에 무수한 기회가 존재하고, 실제로 ‘남들은 동의하지 못하지만 나는 강하게 확신하는 무언가’가 지금 당장에도 몇 가지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똑같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부끄럽지만 기록을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