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던 저는 비교적 일찍 비트코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을 공부하려면 우선 비트코인을 사라’라는 말을 접하고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가격이 최고점을 찍는 순간까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이기 때문에 투자금 자체가 적어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요 ㅎㅎ;;). 주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익률이 찍히던 그 시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 또한 정점에 달했고 한동안 블록체인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암호화폐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 블록체인의 본질이라는 ‘탈중앙화’에 공감하지 못하게 되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중앙화 되어있다는 현재 시스템에서 불편한 점을 느낄 수 없어서 탈중앙화에 동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차이라는 결제시스템을 사용해보고 이에 기반이 되는 테라&루나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아래 링크) 새로운 가능성에 매료되었습니다. 테라처럼 ‘블록체인을 이용한 것인지 사용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서비스(=기존과 비교해서 불편한 게 없는 서비스)’가 나와준다면 블록체인&암호화폐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 깨닫게 된 것이었죠. 그렇게 다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흥미가 생겼고, 계속해서 공부 중에 있습니다

[블로그] 주목해야 할 암호화폐 프로젝트 ‘테라’

공부하면서 블록체인&암호화폐에서 탈중앙화라는 가치가 생각보다 최우선 순위에 있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무언가 이고, 그것이 반드시 탈중앙화가 아니어도 된다는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확장된 시각으로 다양한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을 접하게 되니 많은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 테마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생태계를 넓혀가는 시도들

1) 비트코인의 극심한 가치 변동 때문에 실생활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들이 탄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가 있는데, 1테더가 발행될 때마다 1달러를 은행에 보관해서 1$=1USDT를 보장하죠. 이외에도 코인베이스(Coinbase)와 써클(Circle)이 합작해 만든 USDC, 이더리움을 담보로 발행하는 다이(DAI), 위에서 언급한 테라(Terra)같은 스테이블 코인들이 있습니다. 이미 백만 고객을 확보한 테라의 사례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 화폐를 목적으로 탄생한 비트코인과는 다르게,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렉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꿈꾸며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확장성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오스, 테조스 같은 3세대 블록체인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흐름과 관련하여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 X에서 공개한 클레이튼에 관심이 많습니다. 확장성과 같은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현재의 이더리움 이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결국엔 소수의 플랫폼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엄] 넥스트 인터넷을 향한 그라운드X의 항해를 시작하며

3) 서비스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써의 암호화폐 또한 유망합니다 (이를 토큰 이코노미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한때는 엄청난 관심을 받던, 글 쓰면 보상을 얻는 스팀잇이 대표 사례입니다. 스팀잇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도 있지만,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서비스가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하는 게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라인에서 진행 중인 링크(LINK)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튼 기반의 클레이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얼마 전에 왓챠가 주도하던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가 중단된 바 있는 만큼, 어려운 분야이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동남아에서 리브라랑 붙으면… 라인의 링크가 이기죠”

[디스트리트]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 2분기 개방…미지의 우주 끝까지 탐험할 것” 이홍규 언체인 대표

4) 위에서 탈중앙화 가치에 동의를 못한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부동산 거래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탈중앙화가 잘 작동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긴 합니다. 이처럼 기존의 문제를 탈중앙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이 다수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최근에 알게 된 Handshake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고한 블록체인 플랫폼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지금 당장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길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Handshake와 도메인 네임

[CoinDesk] Handshake Revealed: VCs Back Plan to Give Away $100 Million in Crypto

[뉴스레터] What is the base layer for the decentralized internet?


2.자산으로 인식되는 암호화폐

이미 암호화폐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산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암호화폐를 통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CompoundIDEX 같은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바이낸스(Binance)같은 유명 거래소들이 이런 흐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 선물&옵션거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고, 판테라 같은 암호화폐 자산으로 이루어진 펀드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어 DeFi(OpenFinance) 생태계가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Binance] DeFi #3 – 2020: The Borderless State of DeFi

[ConsenSys] 2019 Was The Year of DeFi (and Why 2020 Will be Too)

[Messari] DeFi Trends for 2020


3.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화폐를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현재 화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CBDC, 즉 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은 달러로부터 나옵니다. 이에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IMF 특별인출권(SDR) 편입까진 성공했지만, 달러 영향력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이러한 중국이 또 한 번 달러에 도전하기 위해 CBDC를 발행한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CBDC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기존 화폐를 대체할까? 아니면 보완할까?’ ‘다른 국가들도 CBDC를 발행을 따라할까? ‘CBDC는 어떻게 유통될까?’ ‘기존의 암호화폐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될까?’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등등. 중요한 질문들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답하기 위해 요새 ‘화폐’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프리잉햄의 ‘돈의 본성’을 읽는 중인데 매우 어렵네요 ㅎㅎ;;).

올해 상반기에 중국의 CBDC가 유통될 것이라고 대다수가 예상하는데 (실제로 테스트 중에 있음) 미국-중국 패권 다툼의 또 다른 변수인 만큼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암호화폐 생태계에도 엄청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블로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특징 및 영향 정리

[블로그] 미-중 통화ㆍ금융 패권 경쟁 상황 정리

[블로그] 중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 정보 총정리

[북저널리즘] 달러, 왕좌의 게임 (유료)


글을 마치며

위에 소개한 테마들을 알아가면서 왜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을 유망하다고 말하는지 점점 알게 되었고, 갈수록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제 자산의 암호화폐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각 테마에 대해 어느정도 학습이 완료되었다 싶으면 깊게 풀어보는 시간도 가져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