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명동 거리를 걷다가 처음 보는 가게가 눈에 띄어 가까이 가보았더니 허니버터아몬드를 파는 가게였습니다. 잘팔린다고는 들었는데, 명동 한복판에 이런 가게까지 냈다고?!?
가게 안을 들어가고선 입이 쩍 벌어졌는데요. 우선 가게가 커다란데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가득찰정도로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절반 정도가 중국인 같아보였고 일본인도 많이 보였으며 그 외 국가 사람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이 대다수라는 이야기인데, 한국에 관광온 외국인들이 필수로 들려서 기념품을 사가는 곳으로 자리잡은듯 했습니다.
그럴만한것이, 노란 컬러가 확 튀어서 화려한 명동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띕니다.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면 시식할 수 있는 허니버터아몬드가 놓여있고, 한두게 먹다가 맛있으면 자연스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제품 종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그동안 저는 아몬드 종류가 허니버터맛 아몬드와 와사비맛 아몬드만 있는줄 알았는데, 대략 20가지나 되는 맛의 아몬드가 있더군요. 군옥수수맛, 쿠키앤크림맛, 티라미수맛, 심지어 요구르트맛, 불닭맛, 김맛까지 있었습니다.
시식코너가 많이 마련되어있어 자유롭게 다양한 맛을 먹어볼 수 있었는데요. 맛이 상상되는 맛은 상상 그대로의 맛을 보여줘서 만족스러웠고, 요구르트맛 같은 아몬드와 매치가 잘 되지 않는 맛들도 호기심에 먹어보게 되더라구요.
특히 눈길이 가던 것은 불닭맛과 김맛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삼양의 불닭볶음면이 엄청나게 팔리고있고,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면 기념품으로 조미김을 사간다고 알려져있듯이 불닭맛과 김맛, 두가지 맛은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한국의 맛인 만큼, 한국에서 사가야할 기념품 포지셔닝에 가장 적합한 맛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맛의 다양화는 충족했지만 견과류의 다양화는 충족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간간히 캐슈넛이나 믹스넛이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아몬드 종류였습니다. 아몬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대안은 없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브랜딩에도 상당히 신경쓰고있구나 싶었습니다. 가게 전체적으로 노란색이 쓰이고 있었고, 귀여운 아몬드 케릭터가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인형,볼펜,노트 등 케릭터를 이용한 굿즈도 팔고 있었구요. 가게 한쪽에는 포토존까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상품의 패키징 또한 누가봐도 허니버터아몬드라고 인식할 수 있게끔 통일성있게 했습니다. 사실 명동 한복판에 스토어를 연 것 자체가 브랜딩에 힘쓰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시그널이겟죠.
브랜딩 차원에서 한가지 아쉬운건 이름이었는데요. ‘허니버터아몬드’가 부르기엔 조금 긴 느낌이어서 HBAF(허니버터아몬드&프랜즈)라는 줄임어를 미는듯 보였는데, 솔직히 한 번에 외워지지 않는 줄임어였습니다.
(마치 제 뉴스레터 이름인 HWBI 같이…)
저게뭐지? 호기심에 들어갔던 가게였는데, 엄청난 임팩트를 받으며 가게를 나왔습니다. 이후 길거리를 걸으면서 명동 뿐 아니라 서울 어딜가나 허니버터아몬드가 존재한다는걸 알게되었죠.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허니버터아몬드를 만든 회사는 길림양행이라는 우리나라 회사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아몬드를 수입해서 한동안 독점해오던 회사였는데, 이후 아몬드 수입규제가 풀리면서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창업주가 병으로 쓰러지게 되면서 아들인 윤문현 대표가 28세에 경영권을 넘겨받습니다.
윤문현 대표 체제가 된 후 마트에 공급되는 아몬드 PB상품을 가공하게 되면서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그만큼 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순 가공이 아닌 새로운 아몬드 가공식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이, 기회가 찾아옵니다. 바로 ‘허니버터칩’이 대유행하게 된 것이죠. 기회를 놓치지않고 허니버터아몬드를 탄생시켰더니 대박이 납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의 유행이 끝나면 허니버터아몬드 또한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상한 윤대표는 또 다른 맛인 카라멜과 와사비맛을 출시하게 되는데, 와사비맛이 연이어서 대박을 치게되고, 완전히 자리잡게 됩니다. 그렇게 길림양행은 2018년 약 1400억의 매출을 달성합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은 것이, 국내판매뿐 아니라 해외수출도 늘어다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티몰에 입점해서 작년 광군제날 6억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스타벅스보다 매장이 많기로 유명한 루이싱커피 매대에도 입점했을만큼 허니버터아몬드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마무리하자면, 오늘 소개한 허니버터아몬드 길림양행의 전략은 히트상품 제작 > 상품 다양화 > 브랜딩 3단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약간 뜬금없지만 저는 길림양행을 보며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가 떠올랐습니다. 송금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모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중개하면서 범위를 넓혔으며, 앞으로는 토스은행, 토스증권을 운영하는 ‘종합금융기관’으로 자리잡아갈 토스, 비슷해보이지 않나요?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공통점이라는 관점에서, 허니버터아몬드 신화에서 얻어갈 인사이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