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이 핫합니다. 위쿡(대표 김기웅)과 고스트키친(대표 최정이)이 각각 100억 이상씩 투자받으며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고,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 세운 클라우드키친도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그래서 여러 기사를 통해 조사해보고, 직접 위쿡 사직지점을 투어신청해서 방문해보았습니다. 과연 공유주방이 무엇일까요? 공유주방의 핵심은 뭘까요?그리고  왜 지금 공유주방이 뜨는걸까요? 

 

# 공유주방의 비즈니스모델

공유주방의 비즈니스모델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음식을 할 수 있는 공간(주방)을 만들어놓고 렌탈하는 모델’입니다. 위워크를 비롯한 공유오피스가 건물을 장기로 빌려 단기로 파는 것과 비슷한 모델이죠. 단순한 모델이지만 굉장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것이, 기존에 식당을 창업하려면  주방설비와 주방집기구매에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공유주방이 이 비용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공유주방은 크게 배달형(딜리버리형)과 제조형(실험실형) 두가지 모델로 나뉩니다. 배달형은 말그대로 ‘배달’에 집중합니다. 마치 푸드코트처럼 생겼는데, 기존의 식당처럼 앉아서 먹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배민라이더스같은 오토바이 배달원을 위한 대기장소를 접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이곳의 타겟은 새롭게 창업하는 사람들, 기존의 장사가 잘 안되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 기존의 장사가 잘되서 수익을 높이려는 사람들 등이 있습니다.

제조형은 정말 ‘공유’주방처럼 생겼습니다. 한 공간에 여러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작업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위쿡 사직지점이 제조형 공유주방이었는데, 100평 공간에 16개의 작업대가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_출처 매일경제). 이곳은 주로 음식 개발(R&D)를 하는 사람들이 타겟이고,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을때 공장설비를 늘리는 대신 이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한 예를들어 자신이 블루베리 잼을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은데 공장을 이용하긴 부담스러울 때 테스팅 개념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위쿡 사직지점 기준 시간당 2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두 모델은 주방을 만들어놓고 렌트한다는 개념은 같지만 목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공유주방은 주로 배달형모델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 배달형 모델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제조형 모델 또한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유주방의 핵심

위쿡 사직지점에 직접 방문해서 든 생각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네’였습니다. 다큐3일 공유주방편을 보니 제조형 뿐만 아니라 배달형도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더군요. 이게 의미하는건,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위쿡이든 고스트키친이든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공간에다가 주방만들고 요리기구 갖춰놓는게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죠. 한마디로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공유주방은 자본만 있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바로 소프트웨어적 측면입니다.  브랜드를 밸류업 시켜줄 수 있는 노하우(시스템), 마케팅 대행, 식자재 유통 간소화, 교육, 딜리버리 대행, 커뮤니티 구성, 스튜디오 운영, 직원의 전문성 등의 소프트웨어로 차별화 할 수 있습니다. 운영 인프라를 프랜차이즈화해서 지점을 늘릴 수도 있고, 지역별 소규모 생산허브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유주방에서 탄생한 브랜드에 직접 지분투자를 할 수도 있겠죠. 한 사례로 위쿡은 공유주방에서 탄생한 팀을 통해 단상, 부타이 같은 식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스트키친같은 경우는 데이터를 통한 운영개선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합니다. 

Kitchen as a service, 이것이 위쿡과 고스트키친을 가르는 공유주방의 핵심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을 모두 다루는 공유주방은 하나의 플랫폼이라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위쿡은 자신들을 ‘F&B특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위쿡에서 확인한 모습_커뮤니티 공간
위쿡에서 확인한 모습_전문성을 갖춘 직원들
위쿡에서 확인한 모습_식자재 유통

 

# 공유주방, 왜 지금인가? 

비즈니스는 타이밍입니다. 왜 하필이면 ‘지금’ 공유주방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생기는 걸까요?

바로 ‘배달의민족’ 때문입니다. 이 시대는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는게 너무 당연하고, 쿠팡과 마켓컬리로 식품을 사먹는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시대입니다. 이 서비스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일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이 흐름의 가장 큰 수혜자가 공유주방입니다. 

어플로 음식을 주문하는게 자연스러운 시대에는 더 이상 ‘공간’이 핵심 가치가 아닙니다. 괜찮은 음식을 누가 더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주 요인이죠. 배달형 공유주방은 식당 창업/운영비용을 기존보다 줄어주며, 대부분 배달인프라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흐름 가장 적합하여 빠른 속도로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반대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파인다이닝시장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차 상대적으로 중간이 사라지고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란 소리).  

쿠팡과 마켓컬리의 성장은 점차 컨텐츠의 중요성을 불러옵니다. 이제는 ‘햄은 스팸, 김치는 종가집’같은 일방적인 대기업 제품군에서 벗어나, 분명한 스토리를 가진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이 주목받을 것이며, 이를 탄생시키는 인프라가 바로 제조형 공유주방이 될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식품을 사먹는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시대의 흐름덕에, 지금 공유주방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유주방은 잠깐의 유행에 머무는 것이 아닌, F&B시장에 주류가 될 수 있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IT가 오프라인 환경을 변화시키는 모습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