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대에서는 목요일 아침마다 군대리아가 나옵니다. 버거만 주긴 그랬는지 감자튀김+케첩도 같이 나오죠. 그런데 이번엔 처음보는 케찹이 나왔더군요. 패키지가 굉장히 맛있게 생긴 청정원 케첩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먹었던 제품 사진이 없어서 비슷한걸로…

맛 또한 제게 익숙한 오뚜기 케찹과는 달랐습니다. 조금더 묽으면서 신 맛이 강하달까. 맛을 음미하던 저는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맨날 오뚜기 케첩만 먹고 살았나?’

생각해보면 집 냉장고엔 언제나 오뚜기케첩이 자리잡고 있고, 어느 마트를 가도 오뚜기 케첩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오뚜기케첩이 국내점유율 80%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독점시장에는 기회가 있는법, 저는 이 시대에 걸맞는 케첩회사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리서치를 시작하고 회사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 Sir Kensington 

찾아보니 이미 미국에서 저와 똑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미국 또한 하인즈가 케첩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거든요. 브라운대학을 다니던 Scott Norton 과 Mark Ramadan은 이를 인지하고 인터넷으로 케첩 레시피를 검색해 기숙사에서 케첩을 만들어보기 시작합니다. 둘은 처음부터 막 ‘우린 케첩회사를 차릴꺼야!’한건 아니고 졸업해서 각자 은행원, 컨설턴트의 삶을 살아가는데, 그 와중에도 퇴근하고 만나서 케첩을 만들어보곤 했다고 합니다. 재료 조합을 바꾸면서 계속해서 만들다보니 자신들이 원하는 맛있는 케첩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워비파커 스토리랑 비슷하네요 ^^). 그렇게 둘은 ‘Sir Kensington (서 켄싱턴)’이라는 케첩회사를 설립합니다. 

이들의 케첩은 정말로 자신들이 먹기위한 케첩이었기 때문에 건강한 재료들로 만들어진게 강점이었습니다. 인공색소나 유전자변형식물을 사용하지 않은건 물론, 하인즈에 비해 설탕은 절반, 나트륨은 33%나 적었죠. Sir Kensington은 이 강점을 살려 ‘고급스러운 케첩’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브랜딩합니다.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하인즈와는 다르게 유리병에 패키징하고, 영국 신사에서 모티브를 받은 케릭터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판매또한 홀푸드나 딘엔델루카 같은 고급, 유기농 이미지를 가진 유통채널을 통해 진행합니다. 결국 Sir Kensington의 케첩은 그들의 유통채널에서 하인즈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게 됩니다. 

 

To reimagine ordinary and overlooked food with fearless integrity and charm.

“일상적이고 간과된 음식을 두려움 없이 진실되고 매력적이게 제해석하기”라는 미션을 가지고 Sir Kensington은 케첩의 성공 이후 머스타드, 마요네즈, 비건을 위한 마요네즈(fabanaise), 렌치(ranch)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렌치는 처음들어서 찾아보니 버터밀크로 만든 샐러드드레싱이라는데, 역시나 Clorox라는 한 기업에서 독점하고 있었고 이를 켄싱턴이 파고들었다고 하네요!

미션에 걸맞게 간과되고 있던 식재료를 재창조하던 Sir Kensington은 결국 창업한지 7년뒤인 2017년, 유니레버에 1억400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인수됩니다. 

 

# 이 스토리를 보면서

처음에는 ‘오 나도 케첩회사나 한번 해볼까?!?’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ㅎㅎ 전 하고싶은 다른일이 있으니 누군가가 해줄꺼라 믿고…

그것보단 앞으로 이런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이유로 첫번째. 쉬워진다 : 위쿡이나 고스트키친같은 공유주방이 활성화되면서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고 판매하는 과정이 쉬워짐에 따라 많은 시도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실제 사례 : 공유주방을 활용한 서울대 농대 학생들 ‘더 플랜잇’의 비건 마요네즈 제작)

두번째. 스토리가 중요해진다 : 식품의 판매가 오프라인에서 쿠팡, 마켓컬리같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스토리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시도들이 큰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저만 해도 얼마전 스토리에 이끌려 국내산 사과와인 레돔을 구매했거든요 ^^

 

이상 앞으로 어떤 재미난 회사들이 나타날지 궁금해지게 만든 Sir Kensington이었습니다:D

 

참고링크

https://www.sirkensingtons.com/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40317163316380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8-03-08/sir-kensington-releases-a-new-ranch-dressing

https://www.unilever.com/news/press-releases/2017/unilever-to-acquire-sir-kensingto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