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에 인턴 면접을 보고 왔다.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본엔젤스에서. 면접 끝나자마자 스타벅스로 달려가서 무슨 질문이 오고갔는지 기록했고,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다시 답을 해보았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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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과거의 답: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회사가 크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
현재의 답: 지금에서 확답할 수는 없으나, 아마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거나,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거나, 벤처캐피탈 같이 창업에 도움될 수 있는 직종, 이렇게 세 가지 중 하나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세계여행이나 긴 인턴등이 앞에 끼게 되면 한창 학교를 다니고 있을 수도 있고. 무엇이 되었든 ‘창업’이라는 키워드를 우선으로 두고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Q. 최근에 인상깊게 본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과거의 답: 뷰티패스. 데모데이에서 봤던 기업인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도 공감되었고, 프로토타입 수치를 보며 실행력이 분명한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현재의 답: 쿠팡과 토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쿠팡이 적자 덩어리 회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데, 한킴 대표님이 말하는 쿠팡 김범석 대표님 리포트를 보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이라는 시장이 얼마나 잠재력 있는 시장인지, 그 시장을 어떻게 점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고객을 중시하는지’를 보며 쿠팡 팬이 되어버렸다. (그러더니 얼마 후에 2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받아버렸…)
토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종합 금융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추구한다는 점과, 송금이라는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깊었다. 처음부터 이상적인 모습을 꿈꾸면서 거대한 것을 만드는 팀이 있고, 하나씩 개선하면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팀이 있는데, 토스는 이 둘을 적절하게 섞어낸 팀이라고 생각했다.
두 기업 모두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고, 좋은 기업문화를 가졌다고 알려져있고, 토스의 많은 인력들이 쿠팡 출신이고 등등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두고 응원하고 싶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라고 불리기엔 엄청 커다란 듯한 느낌이 있지만 ㅎㅎ).
Q.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과거의 답: 정주영 회장님. ‘불가능은 없다’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현재의 답: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각 개인마다 분명한 장점이 있고, 배울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상깊에 본 사람들을 이야기 하자면, 앞서말한 쿠팡 김범석 대표의 ‘고객 중심론’ (이건 마윈이나 제프 베조스도 마찬가지), 손정의 회장의 ‘과거 회상대신 미래 생각하기‘, 저커버그의 ‘일관된 철학(to make the world more open and connected)’이 특히 인상깊었다.
Q. 기자단하면서 무엇을 배웠나, 아쉬웠던 점은? (나는 올해 매일경제 소프트웨어 기자단으로 활동했다).
과거, 현재의 답(동일): 전병곤 교수님을 인터뷰하면서 ‘올바른 질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많은 시간 고민하면서 질문할 내용을 정리했고, 인터뷰하면서 큰 맥락을 생각하며 세부적인 질문을 한 덕분에 만족스러운 인터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질문을 하는 그 자체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내가 모르는거 질문하다 보니 이날 머신러닝하고 블록체인에 관해 이해도가 엄청 깊어졌다).
Q.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가
과거, 현재의 답(동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요새의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많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지만, 실제로 나는 행하고 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글쎄.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다보니 발생하는 일인 것 같아서, 우선순위 정하기를 이전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Q. 돈을 얼마나 벌고 싶은가
과거의 답: 엄청나게 횡설수설했다. 자기소개서에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뉘앙스로 적어놓았는데, 가서는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해서 꼬여버렸다.
현재의 답: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돈은 분명 아주 중요한 요소다. 돈이 있어야 행복에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이 최우선으로 추구해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가져가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고, 나머지는 내가 향후에 제공할 제품, 서비스, 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돈을 벌었으면 한다.
Q. 스타트업에 관련된 경험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과거의 답: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신 아는 것은 많다. (무슨 자신감으로 아는 것이 많다고 대답한거지…)
현재의 답: 저번 주에 고등학교 생기부를 우연히 열어봤는데, ‘기업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굉장히 일관된 삶을 살아왔더라. 자세히 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내 일상의 절반 이상이 스타트업에 관련된 경험인듯 보였다. 책, 대회, 생각, 취미 등등 모든 것이. 이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서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많이 쌓아왔으니, 이제 슬슬 보여줄 시간이 되었다는 것…!
Q. 본엔젤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의 답: 옆나라 중국은 창업 분위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여러가지 인프라가 구축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이 열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본엔젤스가 그 바램을 가장 잘 대해주는 회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본엔젤스 같은 VC가 더 나와서, 더 나은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면 좋겠다.
추가로: 쿠팡, 토스, 배민 같은 성공한 기업들이 나와주고 있고, 이들이 슬슬 대기업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더 많은 자본이 VC를 통해 스타트업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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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면접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생각한거는 많은데 보여준거는 부족하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부름(?)에 응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2년동안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 우선적으로 2년 동안 생각할 것을 정리해보았고, 2년동안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해서 나타나겠다.
1.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 키우기
세상이 발전하는 속도가 무섭다. 이런 세상에 올바르게 대응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선 인사이트를 키워야한다. 가면 갈수록 전종현의 ‘인사이트’다운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2. 연결지을 수 있는 능력 가지기
모든 것을 다 할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크게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각 회사의 능력을 꿰둘어보고, 그것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언어체계를 이해하고, 에너지를 분배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뭉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3.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 전개하기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 데이터를 다룰 줄 모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리란걸 알고있다. 내가 속해있는 모든 조직에서 데이터가 흐르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쌓으려고 노력 중이다. (근데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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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내 첫 인턴 도전은 떨어져버렸다. 잠시 ‘지금까지 대체 뭐하고 산건가’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힘들었지만, 후회는 길어질수록 쓸 때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답을 하면서 앞으로를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