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는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읽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학창 시절부터 일론 머스크에게 많은 영감을 받아온 나이기에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큰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책이었다. 전기의 달인 월터 아이작슨 답게 굉장히 디테일하게 리서치가 이루어졌고, 특히나 머스크의 주변인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바라보는 머스크의 모습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머스크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성장 배경이나 일하는 스타일, 그리고 트위터 인수를 포함한 최근 이슈까지 책에 수록되어 있어서 과거부터 미래에 대한 힌트까지 굉장히 많은걸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생각정리를 하기 위해서 이번 글을 남겨본다.

 

1. 물리학에 기반한 제1 원칙 사고 방식

머스크에게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물리학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강한 직관과, 그것을 바탕에 둔 본인 사업의 높은 이해도였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와 공학에 친숙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물리학을 전공한 머스크는 많은 문제에 있어서 ‘제1원칙 사고’를 중요시하는데, 이는 어떠한 문제든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법을 말한다. 실제로 무언가를 ‘물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면, 기존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머스크의 모습을 책에서 계속해서 마주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건 단순히 질문만 던지는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물리에 기반하여 숫자를 계산해 던지곤 하는데, 그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걸 넘어서, 머스크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게끔 하는 주요한 원천이 된다. 머스크가 해당 사고 방식에 기반하여 새로운 의문을 던지거나 미션을 부여하면, 혹은 뒤에서 서술할 서지(Surge)를 발동시키면 처음에는 동료들이 ‘응? 그게 말이 되나?’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실제로 숫자를 다시 계산해보거나 그에 말을 실행으로 옮겨봤더니 진짜로 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그것들이 반복되면서 머스크의 말을 신뢰하게 되는 마법이 발동하는 것 같다. 엑스(페이팔) 시절 같이 일했던 막스 레브친의 말을 들어보자.

하지만 레브친은 그에 반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경탄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박학다식으로 그를 놀라게 했을 때가 대표적인 경우다. 어느 날 레브친과 그의 엔지니어들은 사용 중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관련한 어려운 문제로 씨름하고 있었다. 다른 일로 그 방에 들어선 머스크는 자신의 전문 분야는 오라클이 아닌 윈도였지만, 대화의 맥락을 즉시 파악하고 정확한 기술적인 답변을 내놓은 후 확인을 기다리지도 않고 방을 나갔다. 레브친과 그의 팀은 오라클 매뉴얼로 돌아가 머스크가 설명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며 우리 모두 ‘젠장, 머스크 말이 맞네’라고 했지요.” 레브친의 회상이다. “머스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전문 분야에 대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하죠. 나는 그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중 상당 부분이 바로 때때로 드러내는 그런 예리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헛소리꾼이나 바보로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그런 면모에 세게 한 방 맞은 기분이 드는 거지요.”

(구체적으로 위의 사례는 물리학에 기반한 답변은 아니긴 한데, 책 읽어보면 물리학에 기반해서 사고한다는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정말 계속해서 나옵니다.)

따라서 나는 제1원칙 사고 방식이 지금의 머스크를 있게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비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글중에 하나가 ‘엘런머스크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가 (원문: The Cook and the Chef: Musk’s Secret Sauce)’ 라는 머스크의 제1원칙 사고법을 다룬 글이었는데, 이번 책에는 실사례가 가득 담겨있어서 이 사고법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2. Surge

머스크는 종종 ‘Surge’ 모드를 발동시키곤 한다. Surge란 비현실적인 기한을 정해두고 그때까지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미친듯이 몰아붙이는 방식인데, 머스크는 평온한 상태를 즐기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걸 못버티는 성격이라서 불안감을 느끼기 위해 Surge 모드를 발동시키고 극적인 몰입 상태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한다. 가령 아래와 같은 식이다.

멀린 엔진을 개발할 때, 뮬러는 버전 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보기엔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올래 걸리는 거요? 이건 말도 안 돼. 반으로 줄이세요.” 뮬러는 난색을 표했다. “이미 반으로 줄인 일정을 그렇게 다시 반으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머스크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회의가 끝난 뒤에 남으라고 말했다. 둘만 남았을 때 그는 뮬러에게 계속 엔진 책임자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뮬러가 그렇다고 말하자 머스크는 “그럼 내가 뭔가를 요구하며, 염병할,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결국 머스크는 위에서 언급한 제1원칙 사고방식에 Surge를 결합하면서 그동안 말도 안되는 성과들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되는 것 같은걸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부분에서 매우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였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히 많긴 하다. 우선 Surge를 발동했을 때 직원이 반기를 들면 그냥 잘라버리는 케이스도 발생하고, 설령 해고되지 않더라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반대로 구성원들이 Surge에 몰입해서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긴 한다.) 그리고 머스크 스스로는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 “죽음에서 벗어난 것 같은 안도감은 있었지만 기쁨은 없었지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탓이었어요.”이라고 그는 표현하는데, 평생을 위기 모드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을 보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3. 비저너리: 문제의식에 기반한 미션 설정

원래부터 머스크가 비저너리형 파운더인건 알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내 생각보다 더더욱 강력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류를 다행성 인종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화성에 가야한다고 진심으로 믿었고, 이를 위해 로켓을 만드는 것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또한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탐구해왔고, 실제로 그의 대학 졸업 논문은 ‘태양광의 중요성’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원 입학을 고려하던 시절 인생의 비전을 ‘인터넷, 지속가능한 에너지, 우주여행’ 세 가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결국 머스크는 인생의 미션 설정을 통해 그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그것은 계속해서 지식과 인사이트를 축적시키며 지금의 성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본인이 무엇이 관심이 있는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계속해서 탐구하는 자질이 장기적으로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위대한 성취는 스스로의 호기심을 깊게 탐구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머스크의 경우에도 Zip2와 같이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해보기도 했으며, 그의 진짜 능력은 단순히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게 핵심이긴 하지만.

재밌는건 머스크가 인공지능 사업에 진심이게 된 이유 또한 인공지능이 인류에 실존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믿어서 였다는 것. 그는 진지하게 구글이 인공지능을 만들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원래는 친했던 레리 페이지와도 사이가 멀어지게 된 이야기들이 책에 나온다), 그 결과 OpenAI를 출범시키게 되었고 최근의 X.AI 또한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인류의 발전과 더불어 보존에도 매우 진심이다.

 

4.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머스크

머스크가 워낙 천재이긴 하지만, 당연히 혼자서 이런 성과를 이룰 순 없었다. 그의 주변에는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존재하는데, 책에서는 이런 엔지니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실력을 평가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을 채용해 임무를 부여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부분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엔지니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머스크가 그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서 그들을 평가하는지가 디테일하게 나와있어서 참고가 많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X의 로켓 엔진 설계자 톰 뮬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머스크가 저스틴과 함께 도착했을 때, 뮬러는 줄에 매단 80파운드짜리 엔진을 어깨로 떠받친 채 프레임에 고정하기 위해 볼트를 조이고 있었다. 머스크는 다짜고짜 그에게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게 추력을 얼마나 되나요?” 뮬러는 1만 3,000 파운드라고 답했다. “더 큰 것도 만들어본 적이 있나요?” 뮬러는 얼마 전부터 TRW에서 65만 파운드의 추력을 가진 TR-106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 연료로는 무엇을 쓰나요?” 머스크가 또 물었다. 뮬러는 머스크의 속사포 질문에 집중하기 위해 마침내 볼트 결합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머스크는 물리학에 빠삭할 뿐더러 스스로가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대답의 퀄리티 또한 판단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몇 가지 질문만으로 사람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신경망을 가지고 있지요.” 경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사람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어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해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5. 집중 모드, 그리고 게임

위대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집중력이 좋아서 몰입한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은데, 머스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하면, 나의 모든 감각 시스템이 차단되곤 했어요. 다른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아요. 뇌가 지금 생각하는 것과 관련해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설 틈이 없는 거죠.” 실제로 책에서는 무언가에 꽂히면 잠도 안자면서 몰입하는 머스크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집중해야할 것에만 집중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대학생 시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과목만 학점을 잘 받았더라. “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머스크는 타고나기를 집중력이 좋게 태어난 것 같긴 한데, 컴퓨터 게임 또한 어느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어려서부터 게임을 즐겨했고, 지금도 전략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자주 보내곤 한다. 게임은 그에게 집중력 뿐만 아니라 긴장을 푸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비즈니스의 힌트를 얻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다. 특히 테슬라의 공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부분과 전략 게임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리소스 관리를 하는 모습이 많이 겹친다. 실제로 그는 사업을 게임하는 것 처럼 여긴다.

여담으로 머스크는 게임 뿐만 아니라 장난감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기가 프레스는 장난감 자동차를 관찰하다가 탄생한 아이디어다. “2018년 말의 어느 날, 머스크는 팰로앨토의 테슬라 본사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모델 S의 소형 장난감 버전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실제 자동차를 그대로 축소해놓은 것처럼 보이는 장난감이었다. 머스크가 분해해보니 내부에 서스펜션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의 하부 전체가 하나의 주형 금속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날 팀 회의에서 머스크는 장난감을 꺼내 흰색 회의 탁자에 올려 놓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그가 물었다.”

 

6. 머스크의 기타 특성들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그의 여러가지 모습들 중에서 내가 특히 배우고 싶은 부분들을 언급한 것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여러가지 머스크의 모습들이 보이곤 한다.

대표적으로 머스크는 옆에 피터 틸을 태우고 멕라렌 풀악셀을 밟았다가 사고나기도 하고, 엑싯하면서 얻은 금액을 다음 사업에 다 쏟아 붓는 등 리스크 중독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성향은 그의 부모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추측된다.

책을 통해 머스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먼저 머스크는 엔지니어랑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엔지니어들과 제품 관리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근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트위터를 인수하고 나서 바로 실행한 것 중 하나가 이런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한 일이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개선해나가며 일을 진행시켜나간다. 대표적으로 로켓의 경우 로켓과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테스트하고, 날려버리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식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머스크가 비용에 굉장히 민감하며, 나중에 대량 생산 공정까지 고민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설계를 진행한다는 부분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중간에 엄청 힘든 상황도 있긴 했지만)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비용 감소를 통해 결과물을 얻기 전까지 생존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는 작은 로켓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멍청한 일을 하겠지만, 멍청한 일을 대규모로 하지는 말자고요.” 그가 캔트렐에게 말했다. 머스크는 록히드와 보잉처럼 대형 탑재체를 쏘아 올리는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소형 위성을 위한 저렴한 로켓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한 가지 핵심 지표, 즉 탑재체 1파운드당 궤도에 올리는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비용 대비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으면서 머스크는 엔진의 추력을 높이고 로켓의 질량을 줄이며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집착하게 되었다.

그는 제품 설계보다 대량 생산이 훨씬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현장을 직접 지휘하며 공정의 효율성을 개선시키는 머스크의 모습은 압권이다. 머스크의 생산 효율화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제거하라 /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 자동화하라’. 특히 첫번째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핵심인데, 대표적으로 그는 볼트를 조이는 근무자를 보면서 ‘왜 나사가 4개여야하죠? 2개면 안되나요?’라고 묻고 2개로 바꿔버리는 디테일함을 보여준다.

그는 일정이 밀리는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며, (매번 들어맞지는 않지만) 문제에 대해서 기상천외한 임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이게 들어맞고는 한다. 앞서 언급한 물리학에 기반한 직관의 영역인데, 아래와 같은 사례가 등장할 때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느 날 밤 번개가 테스트 스탠드를 강타하여 연료탱크의 가압 시스템을 망가뜨렸다. 그 결과 탱크의 차단막 중 하나가 부풀어오르고 찢어졌다. 일반적인 항공우주 회사라면 수개월에 걸쳐 탱크 교체 작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아니, 그냥 고치면 돼요. 망치 몇 개를 들고 올라가서 두드려 펴고 용접으로 때운 후 계속 진행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부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보스의 명령을 따르는 게 낫다는 사실을 터득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은 테스트 스탠드로 나가서 돌출 부위를 두드려 폈다. 머스크는 직접 감독하기 위해 자신의 비행기를 타고 3시간을 날아왔다. “머스크가 나타나자마자 우리는 탱크에 가스를 넣으며 테스트하기 시작했는데, 탱크가 견뎌내더군요.” 부자는 말한다. “일론은 어떤 상황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지요. 그리고 실제로 재미도 있었고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에게 워라벨 같은건 없다. 항상 뇌를 키고 살아가는 슈퍼 워커 홀릭이다.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7. 머스크의 미래를 예상해보자

책이 트위터 인수를 포함해 최신 이슈들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머스크의 여러 사업체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는데도 유용했다.

우선 지금은 엑스가 되어버린 트위터. 책을 읽어보니 트위터는 머스크 특유의 Surge가 발동해서 충동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머스크는 한 때 엑스닷컴(페이팔)의 경영자였다는걸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트위터를 소셜 네트워크와 결제 플랫폼이 결합된 서비스로 만들 계획이다.

-머스크가 구상한 엑스닷컴의 콘셉트는 원대했다. 뱅킹과 디지털 구매, 당좌예금, 신용카드, 투자, 대출 등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온라인 은행을 만드는 것이었다. 거래는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처리되는 방식이었다. 머스크는 돈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는 항목에 불과하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기록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싶었다. “소비자가 시스템에서 돈을 인출하는 모든 이유를 해결해준다면, 모든 돈이 모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조 달러 규모의 회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머스크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트위터에 대한 흥미가 전보다 줄어들었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상태인 것 같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상황을 고려할 때 트위터에 대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트위터를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으로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 두뇌 활동의 주기와 하루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더 부자나 뭐 그런 게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여담으로 그의 동생인 킴벌은 일론에게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 플랫폼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머스크는 이를 플랜B라고 불렀다. 만약 트위터 인수가 결렬되었다면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었을지도? 물론 머스크는 트위터 데이터를 처리하기엔 블록체인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다. 그리고 트위터가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는 인수 후에 깨달았다고 한다. 즉, 데이터를 위해서 그 큰 금액을 지른건 아니었다는 의미 (진짜로 그냥 사고 싶어서 산 것에 가깝다.)

아무래도 주주인만큼 테슬라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게 읽히는데, 머스크는 처음에는 2만 5천달러 짜리 자동차 만드는 것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로보택시가 곧 대중화되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하지만 테슬라 디자이너인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이 사이버 트럭 비슷하게 생긴 차량 모형을 보여주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차량에는 차세대 플랫폼이 적용될 예정이고, 원래는 차세대 기가팩토리인 멕시코에서 생산 예정이었지만 최근에 오스틴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엔지니어들을 멕시코로 이주시키는게 어렵기 때문에, 빠른 피드백을 위해서는 본인 집과 가까운 텍사스에서 생산하는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머스크는 이번 여름 내내 이를 위한 생산 공정을 발전시키는데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자율주행 이야기도 자세하게 등장한다. 나는 머스크가 레이더(라이다)를 반대하는게 단순히 고집인줄 알았는데 직관적인 이유가 있더라. 바로 인간이 시각 데이터만으로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인데, 너무 맞는 말이다. 그리고 레이더를 완전히 반대하는 것도 아닌였던 것이 슈조우의 팀이 레이더 시스템을 따로 개발하기도 했으며, 머스크 또한 모델 S와 Y에 레이더를 시험해보는걸 승인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자동차 레이더보다 훨씬 더 정교한 레이더이지요. 무기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아요. 단순히 전파를 쏘고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레이더거든요” 정말로 테슬라의 고급 자동차에 이 기능을 탑재할 계획인가? “실험해볼 가치가 있지요. 나는 언제나 물리학 실험의 증거에 열려 있는 사람이에요.” 머스크의 말이다. 여담으로 머스크는 고집도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매우 열려있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생각을 바꾸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그리고 FSD의 완성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느껴진 것이, 기존의 룰베이스 방식이 아닌 완전한 머신러닝 방식의 오토파일럿이 실제로 워킹하기 시작하면서 머스크에 이에 반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실제로 머스크의 2023년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도조를 활용해서 AI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이 부분에서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뉴럴 네트워크가 150만개의 비디오 클립을 학습시키니까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등장한다. 이정도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시킬 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아마) 테슬라밖에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한게 분명해보인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우리는 독보적인 위치에서 이 일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회의에서 말했다.

옵티머스 로봇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머스크가 사람 형태의 로봇을 주장하는 이유 또한 매우 직관적이었는데, 대부분의 작업 공간과 도구들이 사람의 작업 방식에 맞춰서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는 로봇 또한 사람의 형태에 가까워야 한다고 믿고 있더라. 또한 FSD에 활용될 도조를 이용해 학습되고 있는 AI는 당연히 로봇에도 적용된다는걸 확인. 여담으로 나는 전세계의 많은 하드웨어들 위에 테슬라의 비전 모델이 탑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부분은 바로 이 문장. “그는 내게 테슬라가 매년 1조 달러 수익을 내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나와있지 않지만, 머스크는 테슬라가 이미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창업한 사업체인 X.AI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딥마인드와 오픈AI 출신인 이고르 바부슈킨을 데려왔고 그에게 세 가지 미션이 부여했다고 한다. 1) 컴퓨터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AI 봇 제작 2)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데이터 세트를 학습하는 오픈 AI의 GPT 시리즈에 대항하는 챗봇 제작 3) 머스크는 ‘추론’과 ‘사고’를 할 수 있고 ‘진리’를 기본 원칙으로 추구하는 형태의 일반인공지능을 만드는 것. 참고로 머스크는 OpenAI가 자율주행 AI를 만드는 것보다 본인이 LLM을 만드는 것이 더 쉽다고 믿고 있다.

 

8. 결론

오늘 글의 결론은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대체한다.

“때때로 위대한 혁신가들은 배변 훈련을 거부하고 리스크를 자청하는 어른아이일 수 있다. 무모하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때로는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리고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