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내가 벤처 투자를 시작한지 일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회사들을 검토하고 투자하면서 ‘나의 의사결정 기준’을 세우고 정교화 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고,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된 프레임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요약하면 ‘아이템, 시장, 사람‘ 세 가지의 큰 기준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간단하게 풀어보면 우선 만들고 있는 아이템(프로덕트)가 실제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지 & 잘 만들었는지(ex 사용자 경험 등)를 판단해보고, 만약 그렇다면 해당 아이템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계산해보고 (ex 해당 프로덕트를 이용할 잠재 고객은 이정도가 되겠구나. 그럼 객단가가 이정도 나오면 전체 매출이 이정도까진 나올 수 있겠네), 마지막으로 정말로 그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파운더와 팀인지를 고민해본다. 판단의 순서는 아이템 – 시장 – 사람 순인데, 최종 의사결정할 때의 비중을 따져보면 사람 >> 아이템 = 시장인 것 같다.

이번에 함께하게 된 4050 남성 패션 커머스 ‘애슬러‘를 운영하는 바인드는 나의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투자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1) 아이템

아이템을 볼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 본질적인 과정은 직접 사용해보는 것이다. 애슬러 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글씨체의 크기였고, 전체적으로도 UI가 직관적이면서도 깔끔했다. 상품 발견과 회원가입부터 결제 과정까지도 경험이 매끄러웠다. 종합적으로 타겟하는 고객군에게 최적화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20대로 이루어진 젊은 팀이 이걸 어떻게 알고 만들었지 싶어서 물어보니 계속해서 테스트를 돌리면서 최적의 값을 구했다고 이야기하더라.

추가로 앱이 아이폰에는 없고 안드로이드에만 출시되어 있었는데, 처음엔 리소스가 부족해서 그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4050 남성들은 대부분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의사결정도 합리적이여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뛰어난 의사결정이 모여 큰 회사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그리고 플레이스토어의 리뷰들을 살펴보며 고객들이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애슬러는 22년 10월에 서비스 런칭 이후로 모든 지표에 있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GMV는 4개월만에 2.5배 성장했고, 같은 기간동안 신규 방문자수는 38% 증가, 신규 구매자수 또한 2.2배 성장했다. 해당 성과는 CAC를 유지시키면서 이루어진 성과들이었고, 당연히 ROAS 또한 개선되고 있었다. 즉, 애슬러는 단순히 마케팅 비용을 늘려서 만들어낸 성과가 아닌, 실제로 구조적인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정도의 지표와 성장 속도라면 충분히 PMF를 찾았다고 봐야 했고, 실제로 애슬러는 투자 이후에도 계속해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 시장

주변에 애슬러 이야기를 하면 ‘과연 중년 남성들이 옷을 인터넷에서 사입을까?’라는 이야기를 항상 듣는다. 나는 반대로 그래서 이 시장에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논리적으로도 4050 중년층 남성은 한국에서 많은 소비자 층을 가지고 있고 구매력 또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데, 이런 세대가 온라인으로 유입된다면 그 기회의 크기는 기대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었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애슬러의 숫자들이 그 기대를 뒷받침했다.

무엇보다도 커머스에서는 보기 힘든 30%에 달하는 한달 재구매율을 보면서 생각보다 큰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찰해보면 남성 소비자들은 굳이 여러 쇼핑몰을 옮겨 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한다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고, 대표적으로 무신사가 2030대 남성들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점유하면서 엄청난 회사로 성장했는데, 애슬러에서도 같은 시그널이 나오고 있었고, 그래서 충분히 베팅할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애슬러를 알게 된 후 시장을 조사해보니 변화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백화점마다 남성관 비중이 커짐은 물론 실제로 매출 비중 또한 상승하고 있었고, 기성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이 중년 남성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이는 중년 남성층의 패션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신호였으며, 이는 중년 남성들의 패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인 것 같았다. 만약 애슬러가 이 변화를 잘 담아내고 이끌어갈 수 있다면 차세대 무신사 같은 회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약하면 아직 비어있는 큰 시장이 있는데, 그 시장에서의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이고, 애슬러는 정확히 그 타이밍에 시장에 진입해 변화를 이끌고 있는 플레이어다.

3) 사람

이번 투자에 있어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김시화 대표였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시장을 가지고 있어도 파운더와 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데, 김시화 대표는 오래간만에 나를 설레게 만들어준 파운더였다.

그는 첫 미팅에서 스스로 패스트 팔로워 기질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기존 커머스 업체들의 성공 방정식을 디테일하게 분석해서 나온 인사이트를 본인에 사업에 적용시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나도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라 많은 업체들의 성공 방정식을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편인데, 나보다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김시화 대표는 애슬러의 주요 지표들을 정확히 꿰뚫고 컨트롤하고 있었는데, 대화해보니 이전에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본 경험이 있었고 이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를 보며 커머스에 아주 어울리는 파운더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투자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시더니 ’10배 성장을 위한 Action Plan’이라는 제목의 플랜을 공유해주셨는데, 매우 합리적이면서 디테일한 오퍼레이션 플랜이 담겨있었고 다시 한 번 뭐라도 해낼 것 같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김시화 대표는 98년생으로 나와 동갑인데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게 놀라웠고, 불과 4개월만에 이러한 프로덕트와 성과를 낸 바인드 팀에 대해서도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한마디로 성장의 기울기가 가파른 파운더이자 팀이였고,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매우 기대되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되었다.

4)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바인드 투자는 오래간만에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딜이었다. 어떻게하면 투자할 수 있을지 고민부터 시작해서, 최대한 빨리 딜을 끝내기 위한 노력도 했고, 다른 것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지 상상하는게 너무 재미있더라. 여러모로 책임감도 크고 기대감도 큰 회사여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인재 한명한명이 너무 소중합니다. 바인드는 열심히 채용 중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채용 페이지를 확인해보시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기회에 탑승하세요!

https://teambind.oopy.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