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6 새벽 그토록 기다리던 애플의 또 하나의 혁신이 공개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키노트 소감을 기록해둔다.
1) 내가 살면서 본 제품들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제품 중 하나다. Apple ‘Computer’ Company는 결국 맥킨토시, 아이폰에 이은 또 하나의 역작을 내놓은 것이 분명하다. 애플은 이를 Spatial Computing으로 정의했고, 새로운 차원으로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2) 애플 답게 ‘눈 + 손 + 목소리’ 만으로 동작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해내었다. 매킨토시의 마우스, 아이폰의 멀티터치를 구현해낸 회사 답다.
3) 그동안 가상과 현실을 드나들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단순히 디지털 크라운을 통한 조절을 넘어 근처에 사람이 다가오면 사람이 보이게끔 하는 Eye Sight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구현해버렸다. 대단하다 정말.
4) 당연히 애플 기기와 호환된다. 이 기계 때문에 그램 대신 맥북을 구매했는데 잘한 선택이 되었다.
5) 버튼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3D 카메라에 진심이다. 앞으로 많은 콘텐츠의 형태가 3D로 넘어갈 수 밖에 없겠다.
6) 이 제품이 대중화된다면 다른 디스플레이 제품들(TV) 판매량은 매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거 하나 사면 티비 몇 대를 사는 것 이상의 효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도적인 몰입 경험까지 선사할테니 비교도 안될 것이다.
7) 영화 감상이 콘텐츠로 등장한다. 중간에 밥 아이거가 나와서 디즈니 콘텐츠가 이 제품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미래 그 자체이지 않을까. 소름돋는 장면이었다. 여담으로 밥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매우 가까운 관계였던 만큼 감정이 벅차오르지 않았을까. 게임도 주요 콘텐츠로 등장은 하지만 아직까지 메인의 느낌은 아니다.
8) (예상했지만) 그동안 애플이 새롭게 등장시켰던 기술들이 결국 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서 구현해온 만들어온 기술인게 이제는 선명하게 보인다. 공간 오디오, 페이스 아이디, LiDAR를 이용한 공간 인식, 애플 실리콘(M1,M2) 등. 몇 년에 걸쳐서 만들었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데, 그럴만하다.
9)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합쳐서 2300만개의 픽셀이라고 한다. 이제야 나온 이유 + 매우 비싼 가격 + 애플의 엄청난 자신감에는 이 마이크로 OLED가 가장 큰 이유라고 추측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직접 이 제품을 사용해보면 디스플레이 감도에 압도당하지 않을까 싶고, 단순히 키노트로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줄 것 같다.
10) Optic ID라는 이름으로 홍채 인식까지 넣어버렸다. 모든 최첨단 기술들은 다 들어간 느낌이다. IDFA 정책 변화를 발생시켰을 정도로 개인정보보호 진심인 회사인 만큼 신경을 많이 썼는데, 특히 눈동자 시선 정보는 트레킹 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11) 유니티와의 협력 발표가 뜨자 유니티 주가는 17% 떡상했다. 이제 애플이 판을 깔아놨으니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이 뛰어들 차례다. 그래서 내년 초에나 출시되는 기계를 이렇게나 일찍 공개한 것이고.
12) 가격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비싸긴 한데, 아직 이건 ‘Pro’ 제품이고 장기적으로 가격이 낮아질건 자명할테니 아이폰 만큼은 아닐지라도 대중화로 가는건 시간 문제이지 않을까. 물리적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는 경험은 올 수 밖에 없는 미래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애플이 해내었다.
마지막) 메타의 퀘스트2를 써보았지만 불편한 것도 많았고 즐길거리도 많지 않아서 한두번 써보고 팔게 되었다. 과연 애플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솔직히 쉽게 가늠이 안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키노트는 분명 컴퓨터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