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머릿속에 몇 가지의 고민(보통 질문의 형태)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나에게로 들어오는 정보를 해당 고민에도 접목 해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어떤 정보가 마치 찾고 있던 퍼즐 조각처럼 해결책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이는 마치 퍼즐 놀이를 하다 보면 한 조각을 맞추는 순간 촤라락 맞춰지는 그 순간과 비슷하다.

오늘도 그런 순간을 맞이했다. 나무위키로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찾아보다가 ‘닌텐도’를 거쳐 ‘미야모토 시게루’, 그리고 마침네 ‘이와타 사토루’까지 닿게 되었는데 (참고로 난 나무위키를 정말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이와타씨에게 묻다‘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본인만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적어놓은 책을 매우 좋아하는지라 형광펜을 쭉쭉 그어가며 아주 재미있게 읽어가고 있었는데, 아래 ‘보상을 찾아내는 능력’이라는 챕터을 읽으면서 한가지 고민이 해결되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판별하는 힌트: 게임에는 바로 그만둬버리는 게임과 ‘뭔가 해내고 말테다’인 게임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성스럽게 완성한 게임이라도, 본질적인 재미와는 다른 차원에서 계속하는 게임과 계속하지 않는 게임이 있지요.”

“둘의 공통점이라면, 사람은 우선 그 대상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시간이든, 노력이든, 돈이든. 그리고 쏟아부었으면 쏟아부은 만큼 뭔가가 반응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이 자신에 대한 보상이 됩니다. 이때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이나 에너지보다 보상이 더 크다고 느끼면 사람은 그것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되돌아온 보상이 대가로서 걸맞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람은 좌절하지요. 이것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게임’의 조건입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은 내버려 두어도 점점 더 잘하게 되는 것과 같은 구조겠지요.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주위 사람들이 칭찬해줍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더 잘하게 됩니다. 내 경우라면, 옛날에는 몰랐던 컴퓨터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되고, 알게 되니 더욱더 재미있어집니다.”

“제품을 만들고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꾸자꾸 만들어 발매하고, 이것이 인정받았을 때 쾌감이 생겨 점점 더 잘하게 됩니다. 이런 순환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분명 그 사람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재능이란, ‘보상을 찾아내는 능력’이지 않을까요.”

“자신이 쏟아부은 것보다 보상이 더 크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선순환이 시작되고 이것은 계속 이어집니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것을 잘할지도’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무조건 보상회로가 열려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하나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한층 늘어납니다. 왜냐하면 그 보상회로 옆에는, 비슷하면서 자신이 보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거든요. 지금까지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에서 ‘실은 이것도 마찬가지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일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과 회사경영 사이에 매우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중 하나는 ‘VC는 피드백 주기가 매우 길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스타트업에 다닐 때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 지나면 결과물이 찍히는 형태였기 때문에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주기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나는 그걸 바탕으로 다음에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해내면 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VC의 경우 결과물이 결국 투자 수익률인데, 이는 대부분의 경우 오랜 기간이 지나야지만 알 수 있고, 따라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매우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는 ‘VC에게 투자 수익률을 대신할 수 있는, 주기적으로 피드백 루프를 굴릴 수 있는 다른 성과 지표는 없을까?’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문득 위 문단에서 ‘보상을 찾아내는 능력’이라는 표현을 보고나서 ‘어 나는 투자하는 것 만큼이나 투자한 회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걸 즐기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따라서 ‘투자한 회사들의 성장’을 성과 지표로 활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물론 투자한 회사들의 성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투자한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률과도 비례할 테고, 만약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내가 잘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을 되돌아볼 수도 있을테니 괜찮은 기준인 것 같다.

동시에 ‘그리고 이런 일이 하나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한층 늘어납니다’라는 문장처럼, 내 역할을 단순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을 넘어 ‘회사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으로 확장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도 이어졌고, 추가로 앞으로 나는 어떠한 조직에서든지 ‘회사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게 되면 높은 확률로 재밌게 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내가 앞으로 어떤 것에 더 집중해야할지도 보이는데, 우선 우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와 더더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 필요), 스타트업 성장 방정식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 포트폴리오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더더더 추가해야겠다 등의 생각이 든다.

(사실 이것들은 매일 하는 생각들이긴 한데, 뭔가 오늘부로 큰 그림이 그려진 느낌이다.)

 

다시 돌아와서, 위의 생각들을 하면서 단순히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이상으로, 내가 벤처캐피탈리스트 (VC)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까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최근에 나는 ‘스타트업 다닐 땐 ‘120을 넣어야 100이 나오는 느낌이었다면, VC를 시작한 이후로는 80을 넣고서도 120이 나오는 느낌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는데, 막상 왜 그렇느냐(정확히는 잘한다는걸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명료하게 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답을 얻은건 ‘우선 회사의 성장을 보고 돕는게 너무 재미있고, 지금까지는 투자한 회사들이 예상대로 잘 성장해왔기 때문에 나름 잘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다. 다시 표현하면, ‘회사의 성장’이라는 기준을 사용해보았을 때 나한테 VC라는 직업은 재미있으면서도 어느정도는 잘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지금 ‘완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면 그건 무조건 자만이다 (기간도 이제 막 2년차다). 하지만 어느정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더 잘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자만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건 오늘부로 그 잘함의 기준으로 ‘회사의 성장’을 놓음으로 인해 투자 수익률 대비 더 짧은 주기로 피드백 루프를 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래서 더더욱 발전할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기준은 재미와 잘함이 얼라인 되어있어서 더더욱 소중한 기준인 것 같다.

+ 이제부터는 ‘회사들의 성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을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할 것 같다 🙂

 

feedback loop illustration like Piet Mondriaan
feedback loop illustration like Piet Mondriaan – DALL 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