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님은 글을 쓰실 때 종현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지식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글로 쓰고, 발행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측면에서도 궁금하고요. 글을 남기는 목적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궁금하네요.”라는 질문을 받아서 답변을 적어봅니다.

 

1. 글쓰는 목적

처음에는 제 생각을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글쓰기를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의 활동과 생각을 보며 생각을 얻는데, 나의 생각을 올리면 다른 사람이 생각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저 문장은 제 블로그 첫글에 나와있는 문장입니다.)

놀랍게도 저는 원래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었는데요, 글을 올리려고 의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항상 머릿속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냐면, 저는 같은게 놓여있어도 관심사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믿는데, 블로그를 만든 뒤부터는 그때마다 꽂혀있는 주제가 하나씩 있었고 그 주제에 디테일을 붙이기 위해 항상 촉수를 세우다보니 보다 더 밀도있는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확실한 루틴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블로그보다 뉴스레터에 더 집중하게 된 이후로 이 느낌이 많이 사라졌네요. 그래서 올해는 다시 블로그 비중을 높여볼 생각입니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감사하게도 글을 읽고서 만나자고 연락오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 이어진 연인들이 저를 한단계씩 점프 시켜줬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글이 제게 있어서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도구라는걸 확신하게 되었고, 그래서 계속 쓰게되는 것 같습니다.

 

2. 글쓰는 태도

이건 그냥 꾸준한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쓰겠다고 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다짐들을 하시던데, 그런거 말고 목적만 잘 상기해주면서 힘 빼고 쓰는게 중요하지 않나 싶네요. 글쓰는게 부담이 되면 생각 이상으로 피곤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루틴으로 자리잡히면서 안쓰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면서 제 날 것의 이야기를 적으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똑같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말고 오로지 저만이 낼 수 있는 생각을 최대한 담고 싶었고(그래서 실명까고 하는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게 잘 워킹해서 사람들이 제 생각을 원해서 제 글을 찾아주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욱 자신감도 생기고요. 요즘은 이게 좀더 발전해서 그때 당시의 제 생각을 박제시켜버리는 용도로도 글을 쓰게 되는데요, 나중에 돌아보면서 제 스스로 반성하거나 과거의 저에게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또한 예전에 이렇게 주장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되었다 라고 증명할 수 있는 수단도 된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글쓰기 보다 중요한건 생각하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이라는 형태에 많이들 집중하는 것 같은데, 저는 글이란 결국 생각을 표출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따라서 글쓰는 행동을 루틴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내 생각의 양과 질을 어떻게하면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글쓰는 과정

제가 그때그때마다 주로 활용하는 채널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서 프로세스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지금은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당시의 정보&생각 메모 > 주말에 다시 들여다보면서 기록을 남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큐레이션하고 제 생각을 조금 더 덧붙여서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정보를 얻는 채널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우선 매일마다 엄청나게 많은걸 읽고요(뉴스레터, 뉴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책 등 가리지 않고 봅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 만나면서 얻는 정보도 상당합니다. 그중에서 제 머릿속에 저장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텔레그램에 메모해둡니다 (퍼블릭하게 오픈하기 힘든 내용들은 따로 노션이나 워크플로위에 남겨놓습니다.) 텔레그램에 올릴 때는 딱히 노하우는 없고, 그냥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를 위주로 순식간에 휘리릭 적고 올립니다. 즉, 텔레그램은 저에게 있어 메모장 같은 역할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이 관심사에 따라서 보이는게 달라지는데요, 이렇게 텔레그램에 짤막하게라도 무언가를 남겨놓으면 제 머리가 무의식적으로 그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 보시면 저는 제가 좋아하는 회사, 사람, BM 같은걸 지속적으로 팔로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말에 뉴스레터 작성하려고 텔레그램 메모들을 보면 맥락이 비슷비슷한 것들이 보이고, 이걸 덩어리로 묶어서 정리된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 뉴스레터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업데이트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말 큰 thesis까지 자리잡으면 블로그에 올리는 것과 같이 긴 글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글을 쓰는 채널에 따라서 생각하는 방식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 ‘텔레그램 > 뉴스레터’ 채널은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데 최적화된 채널이라는 생각이 들고, 장기적인 관점이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과 같은 글을 적을 때는 ‘블로그’에 적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지 더 생각이 잘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글을 쓰는 목적을 생각해보면서 채널을 잘 세팅해놓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4.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형태로 답변드리면 좋을까 고민했고, 블로그에 글 쓰는 형태로 남겨야겠다 결정했고 이에 맞게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략적으로 큰 목차를 잡고 (이때 질문 순서대로 프로세스 > 목적&태도 로 갔으면 또 다른 글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할 때 큰 목차(=내러티브)를 먼저 잡습니다), 그 다음 저를 돌아보면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머릿속으로 추가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카페와서 워크플로위 켜놓고 쭈욱 적으니 한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네요. 참고로 저는 퇴고를 잘 안합니다… 이 글도 한방에 적은거 그냥 발행할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