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근래 읽었던 수 많은 글 중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생각을 던져준 글은 이 글(링크선택)이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일본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일본에서 느낀 모든 것을 뒤로하고, 비행기 안에서 읽은 이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한다. (다만 미도리스시에서 먹은 장어초밥만큼은 뒤로하기 어렵다. 진짜 엄청 맛있어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정도로 인상깊게 읽었고, 나는 이 글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게 되었다.

딱 한마디로 줄이자면,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사실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과목 첫 수업시간에 수업하셨다.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인데 (강제로 들어야 한다),  이렇게나 좋은 내용을 수업해 주시다니.

위의 글과 수업시간의 내용은 제제가 다르다. 각각 사업가의 이야기와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 속의 본질은 같다.  (위의 글이 길다고 읽기 싫은 사람은 아래 내용만이라도 읽어보세요. 내가 받은 충격을 여러분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

 

[제목 : 보이는 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관찰의 이론 적재성과 지식의 한계]

우리들은 보통 과학이 ‘관찰 > 가설 > 실험, 검증 > 수정 > 이론성립’의 순서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과학적 연구 절차는 언제나 잘 지켜지는가? 그리고 관찰결과가 이론의 성립과 수정에 즉시 반영되는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No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을 우리 은하계에 적용하면 천왕성과 수성, 두 행성의 궤도가 약간의 오차를 띄게 된다.  과학자들은 천왕성은 미지의 행성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땜질’하지만 (이러한 땜질을 ‘보조 가설(ad hoc hypothesis)라고 부른다), 수성은 해결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자신들의 측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뉴턴의 이론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슈타인이라는 인물이 의심을 품었고, 결국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이를 완벽히 해결하였다.

실험을 통해 얻어진 값을 이론 수정에 즉시 반영하지 못한, 과학적 연구 절차를 지키지 못한 예 중 하나다. 이런 예는 수 도 없이 많다.  특히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믿어지던 이론에서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상계의 물체는 흠이 없이 완벽하다, 고대 사람들의 우주의 중심은 지구다 등등.

그렇다면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들의 관찰은 이론(선입견, 배경지식, 주변 상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관찰의 이론 적재성(The Theory-ladenness of Observation)이라고 부른다.

 

많이 보셨을 그림이다.  한 번 가정해보자. 내가 만약 태어나서 토끼는 알고 오리를 알지 못했다면, 이 그림은 무엇으로 보였을까. 토끼로 보였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오리로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똑같이 감지한 것도 이론적인 배경이 다르다면 우리가 받아들이는 해석이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과학을 발전시킬 때 귀납적 추론(경험들을 모아서 일반화)을 이용한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본 까마귀들이 검은색이니 까마귀는 검은색이라는 가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알다시피 논리적 보장이 없다. 실제로 흰색 까마귀가 발견 된 경우가 있다. 이처럼 우리가 발전시킨 과학은 사실 틀렸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가설(아니면 이론이라 믿는 것)은 ‘당분간’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은 ‘당분간‘이다)

여기까지 읽고 누구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학을 배우는(연구하는)이유가 없는거잖아! 차피 다 틀릴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우리가 왜 이런걸 배우는(연구하는)것이지?!’ 나도 처음엔 회의가 들었다. 이에 대해서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영원한 토대는 없지만, 모두 다 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는 토대로 남아서 다른 것을 지탱해 줄 것이다’. 나에게 완벽한 해결을 해주진 못했지만, 수용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안그러면 삶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1) 인간의 경험이란 본질적으로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고 2) 똑같이 감지한 내용도 이론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며 3) 귀납적 추론은 결과가 불안정 할 수 있다는 것 4) 그래서 우리가 아는 것이 사실 틀릴 수 있음을, 그래서 수정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여러분들고 그렇고, 자신이 알고있던 것이 당연하다는 것에 사로잡혀 잘못된 경로로 걸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보다 정확한 경로로 걸어가는 우리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