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더니, ‘호모데우스’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도입부를 읽어보니  엄청나게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세상에 있는 가난, 질병, 폭력 등은 사실 줄어드는 중이다’. 이 내용은 내가 인지하는 것과 완전 반대의 내용이었다. 결국 책을 집어들어서 몇 일만에 다 읽었다.

호모데우스가 엄청난 충격을 줬기에, 저자의 이전 작인 ‘사피엔스’ 또한 읽어보려고 구매했다.  그래서 읽었고, 역시 훌륭한 책이었다. 한 권속에 인류 역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냥 우리가 알고있는 것을 훑어보는 것이 아니고, 알고 있던 것을 뒤집어 준다. 그것도 쉽게. 그래서 몇 번을 놀라면서 책을 읽었는지 모른다.

엄청나게 많고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모두를 적을 수는 없으니 몇 개를 추려보았다. 책은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학명으로 구분되어있는데, 각 장마다 내가 가장 의미깊게 읽은 부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인지혁명

지금의 인류는 지구를 이끌어 가는 존재이고, 그래서 우리는 인류가 처음부터 지구를 이끌었다는 착각속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인류는 처음부터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였다.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한 동물에 불과한 존재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처럼 되었냐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어느 순간부터 인류는 존재하지 않는 것(허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인간을 현재의 독보적인 위치로 데려왔다고 말이다.  (아쉬운 것은 저자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다고 가정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허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인류는 집단적 상상이 가능해 졌고 그래서 함께 행동하는 집단의 크기가 커지게 되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아무리 많아도 100마리가 넘어가면 집단이 붕괴한다.  우리는 ‘돈, 제국, 종교’와 같은 상상의 산물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커다란 집단을 이루며 살아간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상상하는 능력을 얻어서 인류가 발전했다’도 있겠지만, ‘인류가 처음부터 유일한 존재가 아니였다’를 주의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지구상에 인간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란 법은 없다는 소리와 같다.  유전자 조작을 하다가, 인공지능을 연구하다가 인류를 넘어서는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최근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논쟁이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절대 쓸데없는 논쟁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관련 글: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나만의 방법)

 

2.  농업혁명

이 장에 들어가자마자 충격적인 주장을 보게 된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는 주장 말이다. 나는 교과서에서 농업덕분에 인류가 발전했다고 배웠는데, 저자는 완전 반대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사실 돌이켜 보면 더 열심히 일한 대가가 더 열악한 식사로 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저자가 주장하기를, 전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었다면, 농업혁명 이후로는 한정된 작물만 먹게 되었다. 그래서 영양소가 부족해졌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농업이라는 사기를 믿어버린 것일까? 그 이유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지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뒤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당연하다고 믿던 것을 뒤집어 줬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농업혁명이 과연 사기인가에  대해서 나는 여러이유로 동의하지 못하겠다.)

 

3.  인류의 통합

이 장에서는 ‘돈, 제국, 종교’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등장한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인지혁명에서 언급한 상상의 능력이 여기까지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내가 느낀 놀라움은 돈 또한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선호하는 돈이 실체적인 존재가 아닐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사실 돈은 종이조가리에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의 돈은 가상공간에서 숫자로만 존재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상상의 산물을 추구하게 만들고 믿게 만드는 것일까? ‘사피엔스’을 읽으면 저자의 답을 읽어볼 수 있다 .

‘상상’이란 것이 이렇게나 대단한 능력이었는지 미쳐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이상한(?) 생각을 하나 했는데, 돈이 상상의 산물이라면 인간의 심리적 결과물 이고, 우리가 돈을 가지고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는 결국 인간의 심리를 거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4.  과학혁명

“과학혁명이 발생한 이유는 ‘무지의 발견‘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이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진짜 감명깊게 읽은 글이 하나 있는데  둘 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 세상에는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래서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알려고’ 노력하여 결국은 세상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는 것.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른 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한 동안 사람들은 뉴턴의 만유인력이 당연한 진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슈타인이라는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었고 결국 상대성이론으로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오던 무수한 이론들, 태양광은 비싸다 같은 상식 등은 사실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위에서 소개한 글을 통해 접했고, 사피엔스에서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 온 무엇이다”.

그렇다. 대다수의 사람은 전에 알려져 있는 것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 나간다면 (무조건적인 수용), 극소수의 사람들은 이미 알려져 있는 것에 의문을 품고 허점을 찾아 바꾸어 나간다.

이러한 사람들이 역사를 만든다.

 

결론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점들을 뒤집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해서 인류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를 바라보게끔 도와준다.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