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나는 22년도 6월에 뤼튼을 처음 접하면서 LLM에 눈을 떴고, 이후 10월에 ChatGPT가 등장하고 이후 계속되는 발전들을 보면서 거대한 파도가 왔음을 확신하고 있다. 분명히 수많은 기회들이 탄생할 것이며, 결국 이 파도를 잘 올라탄 자들이 이번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있다는 것도 자명해보인다. 감사하게도 나는 현재 벤처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덕분에 이 파도의 가장 앞단에 올라타 있는 사람 중 한명이며, 누구보다도 이 기회를 잡고 싶은 열망이 큰 사람이기도 하다. 따라서 근래 1년 반 가량의 대부분을 AI를 고민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AI를 통해 어떻게 세상이 변할 것이며 어떤 사업적 기회들이 있을지를 그려보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2. 오늘의 주제는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우리 파트너님께서 나에게 자주 챌린지를 주시는 질문인데, 바로 ‘AI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반 기술인데, 과연 한국에서도 커다란 AI 투자 기회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시작된 PC 시대를 떠올려보면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 케이스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한글과컴퓨터나 알약 정도가 떠오르고,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면 더존비즈온 정도가 생각나는 것 같다.

 

그런데 시야를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PC나 인터넷은 아마 모든 회사들에게 영향을 미쳤을텐데? 즉,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걸 넘어서 ‘회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로 AI를 바라보면 어떨까라고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고,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3. 여기서 잠시 아마존이 어떻게 월마트를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유통회사가 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월마트와 아마존은 공통적으로 물류센터를 통해 상품이 유통되지만, 월마트는 앞단에서 ‘마트’라는 형태를 통해 소비자와 마주하고, 반대로 아마존은 ‘온라인’ 형태를 통해 소비자와 마주한다. 즉, 뒷단에서는 월마트와 아마존 모두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앞단에서 ‘마트→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이루어내면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고, 그만큼의 비용 세이브를 소비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완벽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4. 내 생각에 AI는 위의 케이스와 반대의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앞단(고객과 마주하는 접점)에서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반대로 뒷단(오퍼레이션) 부분에서는 점차 인간 대신 기계(AI)가 작업하게 될 것이고, 여기서 비용 혁신을 이루어내는 회사가 결국 기존의 회사들을 이기고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 AI의 본질이 무엇일까 정말 많이 고민해왔다. 솔직히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1) 인터페이스의 변화이거나 2) 컴퓨팅 OS의 진화이거나 3) 지능의 대중화로 인한 생산성의 혁명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모두 다 맞는 말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에서 가장 가시성이 높아보이는건 3번 ‘지능의 대중화 → 생산성 혁명’인 것 같다.

 

특히 최근들어서 AI 사업을 해보겠다는 신생 회사들을 만나보면 결국 공통적으로 AI를 통해 인력을 대체하겠다라는 컨셉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이러한 방향성은 맞을 확률이 아닐 가능성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따라서 회사의 상당수 직원들이 AI로 대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도 자명해보인다. 즉, 아래 그림처럼 돌아가는 회사가 나오면 비용의 관점에서 혁신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6. 그렇다면 이러한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세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1) 지금 등장하고 있는 기술(소프트웨어/어플리케이션)을 조직에 잘 적용시킨다. 솔직히 Chat GPT만 잘 활용해도 당장 어느정도는 생산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개발의 측면에서 AI가 일반적인 개발자 보다 능력이 좋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2) 회사에 내부 데이터만 잘 쌓여있다면 API 끌어와서 여러가지 시도해볼 수 있다. 조금 더 실력이 좋다면 3) AI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Devin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핫했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하는 일을 기계의 도움을 받으면서 같이 처리 → 인간은 계속해서 피드백을 주게 되고 → 이 피드백을 통해 기계는 계속해서 진화하게 된다’의 컨셉이었다. 앞으로 많은 AI 프로덕트들이 해당 컨셉을 띄지 않을까 싶고, 내부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자체 개발을 하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상당한 생산성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7.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는 AI를 회사에 잘 도입해낼 수 있는 경영자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오퍼레이션 역량이 아주 중요해질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시대마다 선호되는 파운더 유형이 다르다는걸 알 수 있는데, PC 시대에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 주목을 받았고(빌 게이츠 & 레리 엘리슨), 모바일 시대에는 ‘고객중심주의=제품중심주의’를 외치는 파운더가 우세했다.

 

8. 그렇다면 어떻게 이기고 해자를 쌓을 수 있을까. 결국 데이터가 있어야지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게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특히 뻔한 데이터 말고 ‘우리만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중요하며, 실제로 ‘일을 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워크플로우 측면에서 수집 → 활용 가능해야 승산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시대에는 네이버가 나와서 ‘콘텐츠’가 해자가 되었고, 모바일 시대에는 카카오가 나와서 ‘네트워크 효과’가 해자가 되었다면, AI 시대에는 ‘우리만 수집할 수 있는 적절한 데이터’가 플라이휠을 만들어내서 해자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이 특성으로 인해서 앞서 언급했던 ‘과연 한국에서도 커다란 AI 투자 기회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해외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침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9. 그럼 어느 영역부터 적용을 해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모든 영역이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결국 사람을 대체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의 머리를 활용해서 돈을 버는 회사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회계, 컨설팅, 리서치, 법률, 부동산 중개 등 = 아직 소프트웨어로 대체되지 않은 모든 영역들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대게 라이센스를 발급받아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국가에서 한 개인에게 너는 이거 해도 괜찮아!라고 인증해주는 것이기 때문).

10. 이러한 생각들을 모으다보니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낼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AI가 자연스럽게 회사에 녹여져있는 새로운 조직 체계를 만들어내야하는데, 그렇다면 기존의 회사가 이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과 신규 회사를 만드는 것 중에 뭐가 더 괜찮은 선택일까? 둘 다 가능하지만, 적어도 속도 측면에서는 후자가 더 빠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어서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잘 조합해서 어떠한 섹터에서 AI로 작동하는 ‘아주 효율성 높은(OPM 아주 높은)’ 회사를 만들어냈다고 치자. 이 방법론은 다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만들어서 가져다 붙인다면, 혹은 이러한 회사를 인수한다면 꾸준한 캐시플로우의 회사를 여러개 가져다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걸 계속 반복한다면 어쩌면 차세대 지주회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다 보면 결국 이번 시대의 버크셔를 만들어볼 기회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