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동안 쿼타북에서 인턴으로 생활했던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이 글을 쿼타북을 그만둔 직후에 작성해놓았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2022년이 되어서야 발행하게 되었네요.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회사 이야기이다보니 조금 나중에 발행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ㅎㅎ. 기다려주신분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고 고마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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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쿼타북에서 한 일들
회사에서 처음에 인턴을 뽑을때는 세일즈, BD, Customer Success, 마케팅 등을 돌아가면서 경험해볼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했지만, 회사가 너무 바쁜지라 이건 흐지부지 되었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도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덕분에 인턴 초기에는 동시에 여러개의 직무를 체험해볼 수 있었고, 나중에는 주로 스타트업 세일즈 조직에서 일하게 되었다 (참고: 현재는 처음부터 정해진 직무의 인턴을 뽑는 것 같습니다)
1) 세일즈 오퍼레이션
먼저 스타트업 세일즈에서 했던 일을 나열해보면 이메일을 통한 국내외 아웃바운드 캠페인 운영, 신규 아웃바운드 캠페인 기획 및 실행, 신규투자유치건 정리 후 세일즈포스에 데이터 입력, 인바운드 콜&메일 돌리기, 쿼타북 랜딩페이지 대시보드 작업, 계약서 등 각종 문서작업, 세일즈 오퍼레이션 효율화&문서화, 데모시연 미팅 등을 했다. 크게 보면 세일즈 오퍼레이션과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캠페인 진행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굉장히 운이 좋았던건 내가 인턴하던 시점이 세일즈 오퍼레이션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원래 홈페이지에서 데모 신청을 하면 직접 전화를 해서 미팅을 조율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타입폼을 메인으로 세일즈포스, 캘린들리, 슬랙과 연동시켜서 자동으로 미팅이 잡히게 만들어서 전화를 하는 프로세스가 사라졌고, 덕분에 시간이 매우 단축되었다. 이런식으로 여러가지 툴을 연동시킴으로서 자동화를 시켰고 이는 엄청난 효율성을 가져오게 되었다. 여러가지 오퍼레이션 내용들을 문서로 프로토콜화 시킨 것은 덤 (데모신청 자동화는 내가 하진 않았고 같이 들어온 이네스가 해냈다. 난 옆에서 지켜만 봤다. 근데 지켜보는 과정에서 배운게 너무나 커서 일부러 적어놓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단순한 것까지 자동화, 문서화를 하니까 ‘자동화 시키는게 시간이 더 들겠다’싶은 적도 있었는데, 어느날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자동화로 인해 줄어드는 그 시간만큼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 이래서 하는거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그 다음부터 자동화&문서화 하는게 되게 재밌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조직에 툴에 꽂힌 사람들이 여럿 존재한 덕분에 ‘아 이렇게 하는거구나’ 많이 배우기도 했고.
2) 신규 레퍼럴캠페인
또 하나의 큰 축은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기존 인턴때부터 해오던 신규 투자유치 기업들에게 쿼타북 소개 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이어서 진행했다. 캠페인 성과를 높여보겠다고 라이언과 함께 제목, 본문을 수정해서 A/B 테스트 돌려보고, 세그먼트를 분류해서 각자 다르게 보내보는 등 조금씩 수정을 거쳤다. 라이언이 원래 쓰던 스노비오에서 캠페인 모니터로의 툴 이동을 성공적으로 해내었고(리스펙트), 나중엔 진이 새로 합류하면서 이 신규투자 메일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도 경험했다.
또한 쿼타북의 성장을 위해 신규 캠페인 아이디어를 여러개 제시했다. 이중에서 내가 메인으로 끌고간건 레퍼럴 캠페인과 우편 캠페인이었다. 먼저 레퍼럴 캠페인은 쿼타북을 이용중인 고객들에게 ‘주변에도 쿼타북 소개 부탁드릴께요’라고 부탁하는 취지의 캠페인이었다. 내 가설은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추천을 많이 해줄 것이다’였고, 쿼타북을 잘 쓰고 있는 고객들의 추천으로 새로운 고객이 생기면 상품권을 지급하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TMI를 적어보면 내 나름대로 잘 설계했다고 생각해서 ‘준비 완료했고, 내일 발송하게 세팅 완료했습니다’라고 ‘통보’를 해버렸고, 여기서 덴이 Pause를 했다. 사실 그대로 나갔어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덴은 나의 약간 무대포적인 성향을 확실하게 일깨워주기 위해 그러신 것 같다. 이 덕분에 일을 하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덴,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ause 이후 AARRR을 고려해서 플로우 단계마다 최대한 숫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했으며, 상품권을 지급하는 버전 vs 지급하지 않는 버전과, 이메일에 들어가는 타입폼을 두가지 버전으로 나누어서 총 4가지 버전으로 테스트를 돌려보기로 결정했고 드디어 발송을 완료했다. 아, 열심히 했으니 결과가 잘 나오겠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데이터를 확인해 보았는데…맙소사. 단 한건의 반응도 오지 않았다. 정말 결과값이 0이었다.
정말 충격적이었고 낙심을 많이 했는데, 이때 진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아무리 잘 설계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받아보는 사람이 더 열심히 반응해주는건 아니구나. 중요한건 최대한 시행의 횟수를 늘린다음, 작동하는거 하나를 빠르게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하는게 중요한거구나.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걸 완벽하게 하기보단, 시간과 에너지라는 리소스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효율성을 높이는게 스타트업에게는 너무나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 레슨런을 다시한번 느낀게 진이 ‘투자 유치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돌리자고 했는데, 솔직히 나는 이게 작동할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돌려보니 기존에 보내던 신규투자 이상으로 좋은 숫자가 찍혔고, 후에 많은 리소스를 여기다가 투입할 수 있었다.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고, 심지어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으며, 따라서 일단 빠르게 실행해서 결과를 보고 나아가는게 중요하구나. 이걸 깨달았다.
3) 신규 우편캠페인
그다음엔 우편캠페인. 이걸 시작하게된 이유는 덴이 어느날 ‘300억 이상 기업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문득 군대에서 우체국 업무하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등기로 보내면 도달율은 100%겠네?’라는 생각에 진행해보게 되었다. 스타트업 리스트는 이미 존재했고, 대표님들 성함과 회사 주소는 열심히 검색해보면 나오고, 봉투도 준비되어있으니 금방 테스트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중요한건 내용물(콘텐츠)였는데,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1) 이목을 끌기 위한 원페이저(한장짜리 소개서) 2) 서비스소개서 3) 연락을 위한 명함 – 이렇게 세 개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원페이저가 기존에 존재하던게 아니라서 내가 기획을 하게 되었는데, 쿼타북 전체 서비스를 한장으로 소개하려니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나는 나름 괜찮다 싶어서 만들어서 보여드리면 사람들은 각자 다 다른 생각을 한다는걸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그러면서 생각보다 너무 느려지게 되었고 점차 나도 지치게 되었다 (2022년에 이걸 보니 이건 내가 하면 안되는 일이었네.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하는걸 이때는 아예 몰랐던 것 같다. 다들 바빠보여서 부탁하는게 미안하기도 했고)
그런 도중에 진이 입사했고, 외부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었던 진의 피드백은 나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진은 솔직히 말해서 이 콘텐츠로는 전혀 후킹이 안될 것 같고, 300억 이상 스타트업이면 VIP 고객인데 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피드백을 주셨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면서 진짜로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많이 반성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 우편 캠페인은 진과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게 되었고, 일부 작업을 한 채 나는 쿼타북을 떠나게 되면서 나에게는 미완의 캠페인으로 남게 되었다 (추후에 들었는데 이 우편은 성공적으로 발송되었고, 성과가 있었다고 들었다 ^^)
내가 쿼타북에서 맡은 주된 역할은 최대한 많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제시했고, 직접 실행해보기까지 하면서 엄청나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나름대로 주말에도 계속해서 답을 찾아내려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보면 내가 풀고자 했던 문제는 쿼타북에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였는데, 이걸 직접 주도해서 실행해보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점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같이 일하면서 쿼타북은 어떻게든 목표하는 숫자를 달성할 팀이라고 확신이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외에도 세일즈 관련해서 많은 일들을 했는데, 특히 고객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미팅을 할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쑤가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완전 초반에 고객과 전화하다가 질문에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한적이 있는데, 쑤가 혼내(?)주셔서 정신차렸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나사가 하나 빠져있던 것 같네… ㅎㅎ;; 아무튼 나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4) 세일즈 대시보드
마지막으로 대시보드 업무. 일한지 얼마되지 않은 어느날, 덴이 하고싶은거 없냐고 물어봐서 홈페이지나 블로그 데이터를 끌어올려보고싶다고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그랬더니 덴이 나에게 Pre Sales 대시보드(랜딩페이지 대시보드)가 필요하다며 이걸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해주셨다. 지금이야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그때 당시엔 해본적 한번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내 나름대로 어떤 지표들이 필요할지 쭉 나열해보았고, 이걸 Google Data Studio로 구현해보았는데 무슨 지표를 봐야할지도, 어떻게 구현하는지도 다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감사하게도 덴이 있었고(덴은 이전에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해보신 적이 있다), 작업 후 덴에게 피드백을 거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점차 감을 잡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AARRR 퍼널을 고려하며 어떤 데이터 요소들이 있는지부터 나열해보고, GA등을 통해 뽑을 수 있는 데이터를 뽑아서 한 시트에 모아보고, 이걸 통해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지표를 정의하고, GDS를 통해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구글 시트-> GDS로 연동하는걸 GA나 타입폼->GDS로 바로 연동하게끔 만들어서 대부분 자동화 시켰다 (근데…내가 나가고 나서 내 구글계정이 사라진 탓인지 이 대시보드가 고장이 났다고 들었다 흑흑)
이 과정에서 GA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책과 구글링으로 공부하면서 몰랐던 기능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자동화를 위해 태그 매니저나 자피어도 만져보면서 모르던 툴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해석해보게 되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집중해야할지가 보다 명확해지는 부분들이 보이면서 ‘이런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이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부족한 부분들도 느껴졌는데, SQL을 몰라서 제품 데이터를 바로바로 뽑아낼 수 없다는게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 인지하게 되었으며, 통계적인 마인드도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구나 알게 되었다.
아쉬운건 네이버 블로그나 미디엄 데이터는 자동화 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페이스북 또한 돈을 내야 자동화시킬 수 있어서 보류했기 때문에 100% 자동화를 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이번엔 랜딩페이지와 블로그 데이터를 다룬 Pre Sales 대시보드였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쿼타북 제품에 관한 데이터는 다뤄보지 못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GDS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서, 특히 함수 활용을 잘 못해서 원하는대로 시각화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좀더 제품 위주의 데이터를 Amplitude나 Mixpanel로 구현해서 분석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5) 기타: 파트너십, 마케팅
파트너십: 라이언과 함께 Business Development를 담당하는 엘리를 도와 신규로 파트너십을 맺을 회사와 기관들을 리서치했다. 여러가지 정보들을 찾은다음, 이들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도 선정하기도 했다. 조사한 기관중 일부는 실제로 파트너사가 되기도 했다. 제휴를 맺기 위해 진행하는 미팅에도 몇개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교 창업동아리같은 경우에는 함께 웨비나까지 무사히 마쳤다. 사실 파트너십 관련 일은 라이언이 거의 다 했기 때문에 나는 서포트밖에 한게 없는거같다 ㅎㅎ.
마케팅: 쿼타북의 마케팅 같은 경우엔 블로그에 올라가는 콘텐츠가 있는데, 그때는 어떤 글을 우선적으로 발행할지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잡는데 도움이 될 쿼타북 관련 주요 키워드를 정리하고 검색량은 얼마나 되는지, SEO 난이도는 얼마나 되는지 정리한 표를 제작했다. 또한 쿼타북 블로그와 홈페이지 유입자수를 늘리기 위해 나무위키 작업을 했고, 보다 정확한 트레킹을 위핸 UTM 작업, 그리고 주권미발행확인서 콘텐츠도 한편 발행하기도 했다(요건 마샤가 많이 도와주셨다). 마케팅의 경우엔 그동안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쌓인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감이 있어서 바로바로 해야할일이 떠올랐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마스가 많이 고마워하셨는데, 좋게 봐주셔서 제가 훨씬 더 감사해요 ^^
내가 쿼타북에서 배운 것들
이제부터는 위에서 언급한 일들을 하면서 배운 점들을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애티튜드의 중요성
내가 실력이 부족함에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가 좋은 태도일까 생각해보았고, 결론은 열린 태도인 것 같다. 나는 나에게 돌아오는 모든 피드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던 것 같고, 심지어는 혼나는 것조차 슬픔보단 감사한 마음이 훨씬 컸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종합적으로 나는 쿼타북을 다니면서 정말 모든 순간이 감사했던 것 같고, 이 마음이 태도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2.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자
일을 잘한다는건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는걸 의미한다는걸 깨달았다. 일을 받았다면 일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중간에 알맞은 방향으로 가고있는지 확인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모르는걸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기가 생각하는걸 정확하게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더라. 또한 스스로 자진한 일이라면 자기가 무엇을 그리는지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하며, 내가 어떤 일을 해냈는지 결과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하더라.
그래서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캐치하려고 노력했고, 일의 퀄리티 만큼이나 이 사람에게 이걸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같은 생각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르게 이해할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솔직함이었다. 모르는게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보고, 답답한게 있거나 고민인게 있으면 솔직하게 말했다. 진심을 드러내면 상대방도 진심을 들려주었다. 쿼타북은 솔직함이 통하는 조직이었고, 이런 조직에서 일할 수 있었음을 다시한 번 감사하게 생각한다.
3. 가설 검증 회고 프로세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할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그걸 실행해서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한마디로 직관을 이용해서 일을 해왔다는 이야기. 하지만 쿼타북에 들어와서는 직관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입한게 ‘가설-검증-회고’ 프로세스다.
여기서 중요한건 정교한 가설이었고, 이는 최대한 숫자로 나타내어 검증가능한 가설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 검증 단계는 실행력이 중요한 단계이고, 이후 도출한 숫자를 기반으로 회고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계속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았다면 실패한 요인을 반복하지 않아서 개선하면 되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여러개를 동시에 진행해서 A/B 테스트해볼 수 있다면 Best.
솔직히 아직도 많이 어렵고, 특히 어떤게 좋은 가설인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설 검증 회고’ 프로세스를 인지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성장이었다고 생각한다.
4. 데이터 기반의 사고
앞서 언급한 대시보드 작업과 가설 검증 회고 프로세스를 접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쿼타북 조직 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한다는게 이런 것이구나 느껴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예를 들자면, 비즈니스 팀이 모두 모이는 월요일 회의 때의 시작은 우리의 핵심 지표가 현재 어떻고, 앞으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몇%가 필요하니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를 논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각자 팀/개인별로 OKR 숫자를 설정하고 이 숫자를 가지고 논의를 했다. 앤디가 컴공과 출신의 엔지니어고, 덴이 데이터 분석가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처음부터 ‘당연하게’ 생긴 쿼타북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5. 내가 하는 일의 목표를 분명히
일을 할땐 항상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걸 알게되었다. 특히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중간에 디테일에 집중한 나머지 일의 목적을 까먹을 수 있어서 더더욱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던 일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날려버릴 수도 있어야한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목적이 회사의 우선순위와 부합하는지 체크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 처음엔 되게 사소해보이는 일이라도 전체 플로우를 그려보면 중요한 일인 경우가 존재했고, 그 목적에 따라 조금이라도 적절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또한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다보면 개선점이 보일 때가 있고, 이런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 회사에 기여했다고 생각할때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정말 좋았던건 쿼타북 사람들은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걸 진정으로 믿고 있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하는 일이 실제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래서 한 산업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라는데 모두들 공감하고 있었고, 우리가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더 나은 인프라를 만들어준다는 그 사명감이 조직 내에 공유되는구나 느꼈다.
6.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
이건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적극적으로 어려가지에 지원했을 것 같다. 돌이켜보니 성장이란건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해냈을 때 돌아오는 것 같다. 즉, 내 책임을 키워야 성장이 따라온다는 이야기. 따라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봐라 라는 이야기를 내 자신에게 하고 싶다.
그리고 그냥 뭐든 적극적으로 들이밀자. 밥 같이 먹자고 신청하고, 미팅 있으면 같이 가보고싶다고 이야기하고,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지원하고, 당장은 관련 없어도 나중에 필요할 것 같으면 물어봐서 미리 배워두고. 무서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덤비는 태도, 주니어 시절에 무엇보다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7. 스타트업에선 완벽주의가 독이 될 수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절대 내가 열심히 했다고 해서 시장에서 먹히는게 아니다. 실제로 먹힐지 안먹힐지는 해봐야 안다는걸 깨달았고, 같은 맥락에서 왜 스타트업에서 실행력이 중요하다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선 빠르게 실행하고, 그것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개선하고, 그렇게 워킹하는걸 찾아내면 집중해서 J커브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하는게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선 완벽주의 성향은 독이 될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8. 산업 이해도 증가
당연한거지만 굳이 적는 이유는 ‘쿼타북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쿼타북에선 B2B와 SaaS를 접해볼 수 있는데, 한국에선 B2B SaaS가 이제 시작인 것 같아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쿼타북은 이상적인 B2B SaaS 조직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내가 정말 장점이라고 느낀건 쿼타북의 서비스 내용인 ‘증권관리’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톡옵션, 주주총회, 주식의 종류 등에 대해서 이전에는 개념 정도만 알고 있었다면 이젠 어떻게 절차가 진행되고 어떤 세부사항이 있는지 알게 되었고, 이 내용들이 추후 창업하게되면 다 써먹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진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경영학과에서도 배우기 어려운 진짜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쿼타북을 사용하시면 이런 내용 몰라도 쿼타북을 통해 아주 쉽게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쿼타북은 스타트업 외에도 VC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VC 양쪽 사이드를 경험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쿼타북엔 VC 출신 팀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VC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
9.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
회사에서 일해보는건 태어나서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몰랐는데,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위에 적은 내용들 뿐만 아니라, 일할때 필요한 구체적인 스킬부터 전반적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모습까지 전체를 아우르며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었고, 특히나 덴에게 배우면서 ‘첫 회사 생활부터 이런 사람에게 일을 배울 수 있다니…진짜 운이 좋다’라고 매일마다 생각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덴!
무엇보다도 쿼타북은 일을 잘하는 조직이었고, 이걸 따라가야하니 빨리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쿼타북의 속도감을 온몸으로 체감했고, ‘이런게 진짜 잘 돌아가는 스타트업이구나’라는 이 느낌이 몸에 섀겨진 듯 하다. 나는 이걸두고 ‘내 스스로 일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졌다’고 표현한다.
10. 쿼타북의 문화
돌이켜보면 쿼타북의 문화는 내가 창업을 한다면 따라하고 싶은, 그만큼 만족스러웠던 문화였다. 먼저 쿼타북은 모든게 자유롭게. 출퇴근 자유고, 재택도 자유고, 휴가 연차 반차도 자유다. 심지어 일도 누가 뭐 시키는거 없이, 그냥 스스로 잘하면 된다. 처음엔 이게 워킹할까 싶었는데, 다들 너무 열심히 잘하는걸 보면서 이게 되는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워킹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회사를 리드하는 창업자분들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게 느껴져서인 것 같고, 그리고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서로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 나는 peer pressure를 느꼈는데, 다른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잘하다보니 나도 최소한 이만큼은, 혹은 그 이상으로 해야한다는 약간의 부담감을 느껴서 더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이 문화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외에도 직급 이런거 상관 없이 의사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었고, 실제로 반영되는걸 보면서 프로패셔널한 조직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슬랙과 노션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들이 오픈되어 있어서 이전 작업들의 맥락을 캐치하는게 어렵지 않았으며, 왜 토스에서 그토록 정보 오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회사가 절대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정말이지 끊임없이 개선하고 변화해 나가는걸 보았으며, 고객의 피드백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 또한 문화로 자리잡혀 있다 (대표적으로 프로덕트 개발 우선순위를 고객 VoC를 통해 결정한다).
개인적으로 쿼타북이 꼭 유니콘이 되었으면 좋겠는 것이, 그렇게 된다면 내가 온몸으로 체감한 이 문화가 지속 가능하다는걸 증명하는 셈이 되고, 그렇다면 내가 나중에 창업할때 이 문화를 최대한 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봐도 쿼타북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문화를 가진 회사인 것 같고, 이 문화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던건 올해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여담이지만 쿼타북을 다니는동안 가능하면 매일마다 회고를 하려고 노력했고, 그걸 기록으로 적어둔 것이 지금와선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누군가 피드백 루프를 짧게 가져가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해줘서 시작한 행동인데 너무 맞는 말이었다. 추가로 피드백하니까 생각나는건, 주니어가 무언가를 가장 크게 배우는 순간은 피드백을 받는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마디라도 피드백을 더 듣고싶어서 재택이 자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회사로 출근했다. 주니어들이 피드백 받는걸 절대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좋은 회사를 왜 떠나나요?
지금까지 쓴걸 보면 알겠지만, 쿼타북은 좋은 사람들만 모여있고,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고, 그만큼 나는 쿼타북에서 많은걸 배웠고 애정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떠난다는 결정을 내리는게 너무너무 어려웠고, 정말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 같다.
굉장히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결정을 했는데,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쿼타북에서 처음으로 일이란걸 해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나를 새로운 환경에 놓는다면 몰랐던 나 자신을 알게 되겠구나 확신이 들었고, 최대한 젊은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해서 나 자신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발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들을 모아놓은다음 추후 큰 베팅을 하게 될때 한번에 쏟아붓는다면 성공확률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게 나의 가설이다.
다양한 경험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VC에서 인턴 생활을 해보고 싶다. 워낙에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걸 찾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고, 무엇보다 ‘VC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를 배워서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스킬을 익히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스타트업에도 가보고 싶은데, 이는 앤디가 해준 ‘회사마다 다 다르다 +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라’라는 조언이 계속 생각나기 때문이고, 이번에 했던 세일즈 업무 외에도 다양한 직무, 그리고 다양한 스테이지의 스타트업 경험을 쌓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 작은 조직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경험해보거나, 반대로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유니콘에 들어가서 좋은 사수와 함께 일하는 루트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쿼타북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도 물론 있었다. 회사 때문은 절대 아니었고 나 자신 때문인데, 나는 이 회사에서 정말 잘하고 싶었고 나름대로 회사의 목표를 생각하며 내가 이 회사를 위해 달성해야하는 목표를 매일마다 생각하고, 퇴근해서도 안쉬고 계속 뭔가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만큼 퍼포먼스를 내는게 힘들었고, 스스로의 부담에 눌려 지쳐버린 것 같다. 해봤자 3개월밖에 지나지않은, 그것도 처음 일해보는 인턴이 3개월만에 퍼포먼스를 내는게 사실상 말이 안된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욕심이 좀 많았다 ^^;; (이 부분은 나중에 깨달은게 애초에 쿼타북이 푸는 문제는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였고, 내가 3개월만에 푼다는게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거 ㅋㅋㅋ)
분명한건 쿼타북만큼 좋은 회사는 앞으로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점이다. 이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지금도 가끔씩은 잘못된 선택을 한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뭐 어찌되었든 선택을 했고 이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결국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생각이다. 내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지.
이렇게 나의 첫 인턴 경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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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첫 사회생활을 쿼타북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셨던 구성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할께요!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증권관리는 무조건 쿼타북입니다! ^^